
서울 강남에서 무면허 사고 후 역주행 한 20대 여성이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7중 추돌 사고를 낸 20대 무면허 운전자의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가 공개됐다. 당시 운전자 김모씨는 사고를 낸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시동을 어떻게 끄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사고 직후 어머니에게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차 박았어. 어떡해 엄마? 10대 박았어"라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건드리지 말고 시동 꺼"라고 조언했지만, 김씨는 “시동 끄는 걸 몰라. 어떻게 꺼!"라며 “사람쳤어. 어떡해"라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는 '택시를 타고 가라'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차를 운전해 송파구 거여동 어머니 집에서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어머니가 차를 따라가며 김씨를 말리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김씨의 어머니는 “(사고 당일) 문이 열려 있었다. 그래서 내려갔더니 차를 끌고 갔다. 차 세우고 비상등 켜고 차키 빼고 무조건 서 있으라고 그랬더니 '나 운전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과 약 복용한 지 7년 정도 됐다"고 주장하며 “환청이 들리고 헛것도 보인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자식을 잘못 가르쳐 놔서 이런 상황이 생겨서 피해자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면증으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사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어머니 차를 운전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운전학원에 다녔지만 면허를 따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후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김씨의 혈액과 신경안정제 등의 정밀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한편, 김씨는 지난 2일 오후 1시쯤 운전면허 없이 어머니 소유의 차를 몰다가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이면도로에서 4세 아들을 태운 유모차를 밀던 3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약 40분 뒤에는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서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고 역주행까지 한 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고로 9명이 다쳤고, 김씨 차량을 포함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 총 8대가 파손됐다.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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