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리스크, 시청률 '복병'…'휘청'하는 한국콘텐츠시장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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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21  |  수정 2024-11-21 08:08  |  발행일 2024-11-21 제17면
'소방관' 곽도원 음주운전

'코미디…' 이진호 불법도박

'흑백요리사' 출연자 논란 등

기획단계서 검증에도 한계

장기대책 마련 목소리 높아

방송·영화 등 한국 콘텐츠 시장이 잇단 출연자 리스크로 휘청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입소문이 나고, 시청률 고공행진에 들어섰다 하면 복병처럼 출연자 리스크가 터지면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 일반인 가리지 않고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출연자 리스크에 제작진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출연자 리스크, 시청률 복병…휘청하는 한국콘텐츠시장
내달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주연배우 빠진 제작보고회 '썰렁'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은 촬영을 마친 지 4년 만에 늦깎이 개봉을 한다.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화재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조명했다. '친구' '챔피언' 등을 만든 충무로 흥행의 귀재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주목 받았다.

영화 '소방관'은 개봉 전 여느 신작들에 비해 활기가 떨어진 분위기다. 보통 신작들의 제작보고회가 열리면 주연급 배우와 감독이 모두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반해 이 영화는 가장 중요한 주연 한 명이 불참했다. 영화에서 베테랑 소방관 역할을 맡은 곽도원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자숙기간에 있기 때문이다. 곽 감독은 "솔직한 제 심경은 (곽도원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며 속내를 전했다.

출연자 리스크, 시청률 복병…휘청하는 한국콘텐츠시장
넷플릭스 예능 '코미디 리벤지' <넷플릭스 제공>

최근 방영한 넷플릭스 예능 '코미디 리벤지'도 출연자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이진호는 방송을 하루 앞두고 개인 SNS를 통해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2020년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대부업체와 동료 연예인에게 거액의 빚을 졌다고 공개한 것. 이 일로 그에게 돈을 빌려준 동료 연예인까지 이름이 소환되며 때아닌 홍역을 치러야 했다. 무엇보다 방송을 하루 앞둔 '코미디 리벤지' 제작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진호가 문세윤·김용명과 팀을 이루고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일이 터지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 것. 제작진은 논의 끝에 단체 팀전으로 진행되는 구성상 이진호의 출연분을 부분편집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편집 없이 방영을 했다.

출연자 리스크, 시청률 복병…휘청하는 한국콘텐츠시장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제공〉

◆여성편력, 채무불이행 출연료압류

출연자 리스크는 연예인보다 일반인에서 더 자주, 심각하게 문제가 발생한다. 매니지먼트에 소속돼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연예인들은 애당초 물의를 빚을 가능성이 낮은 반면에 일반인의 경우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고, 시즌2 제작까지 확정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는 방송 후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출연자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연자 한 명의 문제가 수습되기도 전에 또다른 출연자의 문제가 온라인을 뒤덮는 사태에 직면한 것.

출연자 A씨는 취업로비, 여성편력 의혹이 제기됐다. 전처와 여자친구의 폭로성 발언들에 이어 레스토랑 공금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이어졌다. 이에 A씨는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또 출연자 B씨는 20여 년간 무허가 음식점을 운영한 것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채무불이행 의혹이 불거진 출연자 C씨는 급기야 '흑백요리사' 출연료를 압류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뿐 아니다. 일반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나는 솔로' 역시 출연자 리스크를 앓고 있다. 23기의 한 여성 출연자가 과거 성매매를 가장한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가 제기된 것. 본인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은 해당 출연자 편을 통편집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실버세대의 사랑을 그린 JTBC의 '끝사랑' 역시 출연자의 사기결혼 의혹이 불거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복되는 출연자 리스크 해법은

제작진이 출연자를 검증하는 절차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방송 기획단계에서부터 심층인터뷰를 통해 각종 범죄이력를 살펴보고 있다. 또 방송 후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불미스러운 과거 등도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연자 리스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 아무리 촘촘히 검증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데다, 또 출연자가 자신의 흠결을 숨기려고 작정하면 제작진이 쉽게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SNS 등을 통해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쉽게 노출되는 사회의 변화 또한 출연자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방송가에서는 좀 더 확실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출연진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검증을 강화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묻는 방안 마련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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