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가죽·칠곡 할매는 詩' 칠곡 할매 詩, 중학교과서 등재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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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25  |  수정 2024-11-25 17:26  |  발행일 2024-11-26 제2면
2025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

'처음 손잡던 날', '어무이' 등 작품 수록

"시를 읽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을 가지길"
천재교과서에 자신의 시가 실린 이원순 할머니가 김재욱 칠곡군수와 교과서 수록을 기념하는 푯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천재교과서에 자신의 시가 실린 이원순 할머니가 김재욱 칠곡군수와 교과서 수록을 기념하는 푯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 할매들의 도전이 또 한 번 결실을 맺었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뒤 삶의 애환을 담은 시집을 통해 감동을 준 경북 칠곡군 '할매'들의 작품이 2025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게 된 것이다.

칠곡군 약목면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은 80대가 넘어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고인이 된 강금연·김두선 할머니를 비롯 이원순(87)·박월선(96) 할머니는 늦은 나이에 한글의 기쁨을 알게 됐고, 자신의 삶을 시로 표현했다.
이들의 작품은 한글의 소중함과 더불어 고단한 삶을 살아온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과서 수록작은 벽화거리에서도 사랑받았던 강금연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 이원순 할머니의 '어무이' 등이다.

칠곡군과 천재교과서는 지난 1년간 협력하며, 할머니들의 시를 교과서에 실을 방안을 모색해 왔다. 교과서는 벽화거리의 시와 그림과 함께 "70여 년 동안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시로 표현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교과서 수록 사실이 알려지자 칠곡군은 축하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어무이가 보고 싶다"며 자신의 시를 낭송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재욱 군수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칠곡 할머니들은 시를 남기는 호랑이"라고 추켜세웠다.

칠곡 할매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도전이 아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실버 세대의 가능성과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칠곡군은 이를 기념해 약목면 도시재생구역에 '교과서 거리'를 조성하고, 실버 문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할머니들의 작품은 이미 '시가 뭐고',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 뭐' 등의 시집으로도 발간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김 군수는 "칠곡 할매들의 이야기는 배움의 한계를 뛰어넘은 감동 그 자체다"며 "교과서를 통해 다음 세대에도 오랫동안 전해지길 기대하며, 실버 문화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과서에 작품이 실린 할머니들은 한 목소리로 "학생들이 우리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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