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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하말돌 할아버지. 의성군 제공 |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던 70대 할아버지가 숨지기 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라며 자신의 전 재산을 기탁해 감동을 주고 있다.
의성군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의성읍에 살았던 고(故) 하말돌 할아버지(76·사진)는 최근 유족을 통해, 전 재산 500만 원이 든 자신의 통장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써달라면서 '의성읍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전달했다.
하 할아버지의 선행이 돋보이는 것은 자신의 삶도 넉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더구나 그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던 탓에 허리가 굽어 걸음걸이마저 불편했다. 이 같은 몸으로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의성읍내 구석구석을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수집했다. 어렵게 모은 탓일까. 폐지를 팔아 모은 수익금과 지원받은 기초생활수급비는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실제 그는 평소 자신을 위해 변변한 옷 한 벌 장만하지 않을 정도로 검소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지난해 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그는 수술을 거부하고, 의성읍 소재 의성제일요양병원에서 요양을 선택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의성읍 복지팀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서울에 사는 조카 A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그의 근황을 알려주면서 가족 상봉이 성사됐다. 이 같은 주변의 따뜻한 정에 보답하려는 듯 하 할아버지는 마지막 순간을 수천억대 자산가가 부럽지 않은 큰 기부를 하고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조카에게 "남을 도울 형편은 못 되지만, 나 같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면서 "장례비용으로 치르고 남은 돈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조카 A씨는 최근 그의 전 재산 500만 원이 든 통장을 '의성읍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전달했다. 권정일 의성읍장은 "어르신의 선행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된다"며 "고인의 소중한 마음을 본받아 기부문화 확산은 물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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