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세 번째 사례로, 윤 대통령의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까지 즉각 정지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로 표결을 진행했다. 개표 결과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탄핵안은 가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소 12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며, 무효와 기권표까지 포함하면 이탈 규모는 최대 23표로 추정된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받은 세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직무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는 즉시 정지되며, 헌법재판소는 이후 180일 이내에 파면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으로 탄핵안 부결을 유지하되, 표결에는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 여당 내부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확인되며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표결 직전 제안 설명에서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탄핵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등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표결이 진행된 본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의원은 개표 과정을 지켜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상욱 의원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며 국회 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온 가운데,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며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부친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개인사를 뒤로하고 표결에 참여해 동료 의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로텐더홀에 모인 야권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자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정사에 기록될 중대한 순간"이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공직자들은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탄핵안 가결에 따른 여야 간 책임 공방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내 이탈표에 대한 논란은 향후 당내 갈등과 지도부 리더십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윤 대통령의 헌정 위반 책임을 물으며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눈과 귀는 이제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의 근간이 지켜질 수 있을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펼쳐지고 있다.

한유정
까마기자 한유정기자입니다.영상 뉴스를 주로 제작합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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