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새 물결, AI 크리에이터] 70세 AI 예술가 도전…박규현 작가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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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1 08:59  |  수정 2025-01-02 09:51  |  발행일 2025-01-01
AI 시대, 나이는 장벽이 아니다 “흥미가 중요해”

전통과 현대가 만난 AI 아트의 세계, ‘창작의 도구’

AI로 재탄생한 예술…한국적 이미지 구현
[창작의 새 물결, AI 크리에이터] 70세 AI 예술가 도전…박규현 작가

디지털 아티스트 박규현 작가가 AI를 생성한 이미지 작품. ImageFX

'AI 디바이드'는 인공지능(AI)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의미한다. 2022년 11월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등장하면서 세상은 큰 변화를 맞았다. 특히 생성형 AI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위협은 AI 자체라기보다는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AI를 도구로 삼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챗GPT 등장 3년째를 맞아 AI 크리에이터의 세계를 살펴본다.

디지털 아티스트 박규현 작가는 1955년생으로, 올해 칠순을 맞는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도 치과의원을 운영 중이다. 대학 1학년이던 1974년 사진 촬영 기법을 배워 지금도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은퇴와 여유로운 노후를 고민할 나이에 AI를 활용한 창작의 최전선에 서 있다. 2022년 8월 종이신문을 통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작품이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파인 아트 콘테스트에서 1등을 했다는 기사를 접한 뒤부터다.

“미드저니(Midjourney)에서 텍스트를 입력한 것만으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PC 화면 앞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었죠."

미드저니는 텍스트로 된 설명문 또는 설명구로부터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박 작가는 처음 AI 이미지 생성을 해보며 느꼈던 흥분을 잊지 못 한다. 그는 AI에 입문하면서 유튜브 강의를 탐독했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박 작가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AI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상상력과 기획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이었다.

한국적 미학을 AI로 구현하다

하지만 박 작가는 AI 이미지 생성의 초기 한계를 직접 경험했다. AI가 한복이나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요소를 구현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일본식 결과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핀터레스트(Pinterest) 등을 통해 한국적 이미지를 연구하고, 이를 세밀히 프롬프트에 반영하며 한계를 극복했다. 핀터레스트는 이용자가 스크랩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포스팅하고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최근 AI 모델들이 한국적 이미지를 점점 더 잘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구글에서 제공하는 이미지FX(ImageFX)는 한국 전통 미학을 담아내는 데 있어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용자가 세밀하게 조정해야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AI는 창작의 매니저가 돼야 합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박 작가는 단순히 한국 전통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미학과 결합한 AI아트를 연구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전통예술과 AI기술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최근 박 작가가 집중하는 건 전시를 통해 AI아트의 가능성을 알리는 일이다. 그는 AI아트의 미래가 전통적인 예술의 연장선에 있지 않고, 고유한 미학을 정립해 나가는 데 있다고 믿는다.

“AI아트는 이제 막 태동한 장르입니다. 황무지 같은 이곳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정립하는 사람이 결국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

AI와 함께하는 미래

박 작가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수준을 넘어 섰다.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나이는 AI 활용의 장애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흥미와 배움의 자세는 나이를 불문하고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는 기술 습득이 어렵다고 느끼는 동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무엇이든 시도해 보세요. 새로운 기술은 두려움보다 흥미에서 출발합니다. AI 드로잉 툴은 상상을 시각화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집중한다면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박 작가는 AI가 만들어낸 가상 이미지에 대한 반감에 대해서도 사진작가로서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촬영과 인화를 거쳐 만들어진 사진이 사실을 재현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일찌감치 사진은 실제 현실과 상상력 사이를 왕래하는 매체로 성격이 변화했다. 종래 사진가는 현실에 커다란 역점을 뒀지만, 현대 사진가는 상상력과 개념에 역점을 두고 작품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I에 대한 가치관도 강조했다.

“AI는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창의력과 상상력입니다.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죠.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할 뿐입니다."

[창작의 새 물결, AI 크리에이터] 70세 AI 예술가 도전…박규현 작가

디지털 아티스트 박규현 작가.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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