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부의 품격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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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6  |  수정 2025-01-16 07:02  |  발행일 2025-01-16 제22면

[취재수첩] 기부의 품격
장석원기자〈사회3팀〉

지방소멸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드리워진 대한민국의 농촌에서 한 지자체가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피워올리고 있다. 경북 예천군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이룩한 성과는 단순한 모금액 달성을 넘어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20억원이라는 상징적인 숫자 너머에는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치밀한 전략과 실천이 뿌리를 내렸다. 성공적인 기부문화 정착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기부자의 진정성과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 그리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예천군의 사례는 이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답례품 전략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예천군이 기부금 활용에서 보여준 혁신적 접근이다. '원어민 영어학습 지원' 사업은 농촌 지역이 가진 교육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와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다. 462명이 몰린 200명 정원의 경쟁률은 이 사업에 대한 지역민의 갈증과 기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기부금이 실제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증명한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예천장터쿠폰부터 프리미엄 한우·장어 세트까지, 다양한 답례품은 지역 생산자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며 지역 경제의 동력이 되고 있다. 예천군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교육, 복지, 청년 지원 등 기부금 활용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지역사회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또 지역 브랜딩 강화로 답례품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기부자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 지역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

청년층을 유입하기 위한 창업 지원, 주거 환경 개선에 기부금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기부자와 소통을 강화해 기부금 사용 내역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기적인 보고를 통해 기부자와 신뢰를 쌓아야 한다. 지자체 간 협력 모델 개발로 다른 지역과 협력해 광역 단위의 기부제 활용 사례도 필요해 보인다.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닌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이자 미래를 향한 약속이다. 예천군이 보여준 혁신적 접근은 농촌 지역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장석원기자〈사회3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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