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전쟁, 우리는 대비책을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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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3  |  수정 2025-02-03 06:55  |  발행일 2025-02-03 제23면

트럼프가 마침내 관세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관세 폭탄을 무기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한 글로벌 경제재편에 시동을 건 셈이다. 해당 국가들은 바로 상응 조치를 예고, 글로벌 통상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당연히 세계 경제도 카오스(혼돈)에 마주하게 됐다. 벌써부터 석유 값이 오르고, 금융시장도 출렁거리는 등 전쟁의 포연(砲煙)이 자욱하다.

트럼프가 안팎의 거센 반대와 경제적 위험에도 관세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이른바 내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취한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략과 다름이 없다. 이 서슬 퍼런 결기에 세계가 숨을 죽이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우선 본보기로 전략 상대국인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의 해외 생산거점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고율 관세로 압박하면, 우회 수출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중국의 값싼 수출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도 총성없는 경제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장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확충한 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도 관세전쟁의 영향권에 있다. 트럼프가 아직 한국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동반 관세 인상으로 세계 무역이 둔화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크나큰 악재다.

세계가 관세전쟁의 확산 방지에 동분서주하건만, 우리만 허구한 날 집안싸움으로 허송세월하는 게 안타깝기 그지없다. 2017년 트럼프 1기땐 맨 먼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나서, 그의 예봉을 피한 바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도 암울하다는 사실을 무겁게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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