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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안동시 일직면 일직중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농촌 왕진버스'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진료를 받고 있는 주민을 격려하고 있다. |
"최근 날씨가 추워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냈는데, 이렇게 와서 진료해주니 살 것 같아요."
경북 안동시 일직면의 한 마을. 최근 유난히 매서운 바람이 부는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의료진을 태운 '농촌 왕진버스'다.
왕진버스가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허리를 숙여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부터 중년 부부까지, 마을 전체가 작은 병원이 된 듯한 분위기다.
이날 왕진에는 내과, 안과, 정형외과, 한방과 의료진이 함께했다. 주민들은 혈압을 재고, 혈당을 체크하며 자신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점검 받았다.
올해 89세인 남중근씨는 "1년 전 허리를 다쳐 너무 아픈데 병원이 멀어서 차 타고 가기 힘들었어. 여긴 집 앞이니 편해서 좋아"라며 환하게 웃었다.
마을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으려면 자동차로 40여분 걸린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주민에게는 병원 방문이 큰 부담이다. 왕진버스는 이러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획된 이동형 의료 서비스다. 단순 진료를 넘어 예방의료와 상담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왕진버스는 올해 남안동농협에서 첫 일정을 시작 전국 15만여 명의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진료를 마친 서후자(여·79)씨는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고 정기적인 건강 관리 방법까지 안내받았다. 서씨는 "이제는 약을 챙겨 먹으면서 건강을 관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들 의료진은 "농촌 주민들은 필요할 때 병원을 찾지 못해 질환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치료를 넘어 주민들에게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왕진버스 사업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세무와 법률 상담 서비스 이외 농협네트웍스에서 영농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범농협 계열사가 함께 복지사업을 펼친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농촌 왕진버스에 참여한 의료기관과 함께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실시하며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등 쌀 소비 촉진 행사도 실시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왕진버스는 의료 사각지대인 농촌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함께 추진하는 '찾아가는 종합 의료서비스'사업"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농촌지역 주민들과 농업인들이 양질의 의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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