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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황 선출 과정을 섬세한 연출과 빼어난 영상미로 그린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엔케이콘텐츠 제공> |
속세의 욕망이 꿈틀대는 선거과정
강렬한 대비 복잡미묘한 심리다뤄
추기경들의 이전투구 숨막히는 반전
빼어난 영상미·빠른 템포 음악 압권
아카데미 시상식 8개부문 후보 올라
가톨릭에는 교황을 선출하는 특별한 선거제도 '콘클라베'가 있다. 콘클라베는 교황이 선종했을 때 선거권을 가진 전 세계 추기경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거 절차에 들어가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때 외부와 격리된 공간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몇날 며칠간 선거에만 몰입하게 되는데,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문을 잠근 방'을 뜻한다.
비록 하느님을 섬기는 성직자들일지라도 선거는 한치의 양보도 허용되지 않는 매우 냉정하고 정치적인 일이다. 보이지 않는 암투와 모략, 이전투구와 심지어 표를 거래하는 것까지도 암암리에 횡행한다. 때로는 출신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극단적으로 편을 가르는 것도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콘클라베'는 가톨릭 성직자들이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뻬어난 영상미로 담아낸 스릴러 작품이다. 어둠이 내린 한밤중 로마 교황청으로 찾아온 118명의 추기경, 그리고 곧바로 시작하는 콘클라베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정치 칼럼니스트 출신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든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2022년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당시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감각적이고 흡입력있는 스토리 전개로 인정받은 감독은 이번에 또 한 편의 인생작을 내놓았다.
'콘클라베'는 엄숙하고 통제된 성직자들의 세계를 씨줄로 삼고, 속세의 욕망이 꿈틀꿈틀 피어나는 선거의 과정을 날줄로 삼아 강렬한 대비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선거판의 단장을 맡은 로렌스가 시간이 쌓일수록 피로감을 느끼고, 갈등하는 복잡미묘한 심리도 예민하게 포착했다.
감독은 동성애와 이혼, 아동 성추행 등 가톨릭이 처한 골치 아픈 문제도 외면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 교황 후보들의 문제점이 까발려지고, 선거에서 탈락하게 되는 장면의 변곡점마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입혀져 몰입감이 더해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마지막 엔딩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을 내놓는다.
'콘클라베'는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총 8개 부문에서 후보로 선정됐다.
특히 '로렌스'를 연기한 랄프 파인스는 남우주연상 1순위로 손꼽힌다. 영화에서 맡은 비중은 적지만 매우 강한 이미지를 남긴 수녀 역할의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3월5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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