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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등장한다. 이들은 주어진 현실 속에서 각자의 믿음과 신념을 좇아 행동하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인간이 경도된 믿음으로 인해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디까지 극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원작 웹툰과 닮은 듯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연 감독은 2022년 최규석 작가와 공동으로 웹툰을 먼저 공개하고, 이듬해에 만화를 출간한 것에 이어 이번에 영화로까지 제작했다. 웹툰 원작에서 목사 캐릭터는 처음부터 세속적으로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평범하고 신실한 인물로 탈바꿈했다. 형사 역시 원작에서는 강인하고, 생각이 분명한 인물로 묘사됐지만 영화에서는 죄의식에 짓눌린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감독은 "인디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갖고 있는 색깔을 정리한 응축본이라는 느낌으로 한 작품"이라며 "이전에 했던 영화들과 달리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적 톤과 연기로 좀 더 내밀한 심리스릴러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촬영과정에서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리얼리티를 살려냈다. 류준열, 신현빈 두 배우는 노메이크업에 가까운 얼굴로 등장하고, 감독은 세트장이나 인공조명보다는 로케이션과 자연광을 고집했다. 연 감독은 "심리 스릴러이기 때문에 화려한 CG보다는 배우들의 연기가 더 중요했다. 작품의 클라이맥스인 세 인물이 한 곳에서 만나는 장면은 5분30초 롱테이크로 촬영했고, 이것만으로도 다이내믹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응답하라 1988' '외계인' 등 출연작마다 개성있는 캐릭터로 호평받은 류준열은 이번 작품에서 신의 은밀한 계시를 받는 목사로 열연했다. 교회의 어린 신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운데 전과자 권양래가 범인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은 그가 복잡한 내면의 심리를 쫓아 행동하고, 회개하는 과정들이 사뭇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눈길을 끈다. 알폰소가 먼저 연 감독의 영화세계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둘의 공동작업이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알폰소 감독은 이번 작품의 기획단계부터 완성과정까지 꾸준히 의견을 제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었다. 제작발표회에서 영상으로 인사한 알폰소 감독은 "이 영화는 우리의 신념이 우리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리고 믿음과 인간성, 진실과 인식, 선과 악의 미묘한 경계에 대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김은경기자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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