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옥포읍 본리4리 이성규 새마을회장이 직접 제작한 산불 예방 방송용 오토바이에 올라 지역 순찰을 준비하고 있다. 강승규 기자
1일 오전 10시, 대구 달성군 옥포읍 일대.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은 들녘 사이로 낮고 묵직한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
"우우웅~"
길게 뻗은 논두렁길을 따라 125cc 오토바이 한 대가 달려온다. 파란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몸을 바짝 낮춘 채 핸들을 움켜쥐고 있다. 이성규(63) 옥포읍 본리4리 새마을회장이다.
오토바이 뒤편에는 낡았지만 묵직한 음향 장비가 실려 있다. 그가 직접 조립해 장착한 고출력 앰프다. 이 장비는 산불 예방 활동에 쓰인다.
스피커에서는 산불 예방 안내방송이 쉼 없이 흘러나온다.
"밭두렁 태우지 마세요! 산불은 한순간입니다!"
굵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논밭과 골목길을 타고 울려 퍼지자, 곳곳에서 창문이 열리고 밭일을 하던 주민들이 고개를 들었다. 지나가던 차량은 속도를 늦췄고, 누군가는 차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 회장은 해마다 산불 조심 기간인 2월부터 5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을 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순전히 자발적인 행동이다. 하루 두 시간씩, 옥포읍은 물론 화원읍과 논공읍까지 그의 '담당 구역'이다. 별도의 비용도 받지 않는 봉사활동이다.
"15년 전이었죠. TV에서는 산불을 조심하라고 하는데 현실은 달랐어요. 여전히 밭두렁에 불을 놓고, 그 불이 산으로 번지는 일이 반복됐거든요."
그는 기술자 출신이다. 전자기기 조작에 능숙했던 그는 자비를 들여 장비를 사고, 오토바이에 직접 부착했다. 처음에는 방송 장비가 다소 허술했다. 하지만 해마다 장비를 손보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출력도 점점 높였다.
이제는 "소방서에서 나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방송 음량이 커졌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방송을 틀면 산불 초소 감시원들이 뛰어나와요. 놀라서요. 실제로 뭔가 긴박한 상황이 벌어진 줄 아는 거죠."
이 회장은 싱긋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방송은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그가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난 2월까지 이 일대에서는 산불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 불을 끄기도 한다.
"뭔가 감이 오면 바로 멈춰요. 누가 밭에 불을 놓은 것 같으면 얼른 가서 소리치죠. 그러면 깜짝 놀라 물을 들이붓는 분들도 있고, 저도 같이 끌 때가 있어요."
그는 누구보다 먼저 불씨를 감지한다. 오랜 시간 현장을 누빈 덕에 오감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오토바이에 올라 방송을 시작할 때면 사람들의 시선이 가끔은 부담스럽고, 여전히 쑥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좀 민망했어요. 지금도 가끔 그래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산불 한 건만 막아도 그게 지역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계속 달리며 방송하는 겁니다."
"언제까지 하실 겁니까?"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 회장은 오토바이 옆에서 헬멧을 툭툭 두드리며 답했다.
"몸이 되는 날까지는 해야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 같아서 하는 겁니다."
짧은 대화를 마치자 다시 오토바이에 시동이 걸렸다.
"산불은 방심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불씨도 소중한 산을 태울 수 있습니다!"
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오토바이는 다시 들판 너머로 사라졌다. 산불이 잦아지는 4월, 이성규 회장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생겨날지 모를 불씨를 막기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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