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신공항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 동구 검사동 대구 군공항(K2) 정문 인근. 10여 분 간격으로 들려오는 전투기 이착륙 소음에 인근 주민들의 대화가 잠시 중단되곤 한다. 공항 담장 너머로 보이는 낡은 격납고와 활주로 부지는 도심 속 섬처럼 고립된 지 오래다. 2026년 착공을 앞둔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차기 대선 국면의 최대 정책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이 같은 지역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급함이 깔려 있다.
◆재원 조달 방식의 전환… '국가 책임론' 부각
사업 추진의 최대 관건은 10조 원대를 상회하는 막대한 재원 마련 방식이다. 그간 신공항은 대구시가 신공항을 지어 기부하고 종전 부지(K2)를 개발해 비용을 회수하는 '기부 대 양여' 원칙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변동성과 고금리 여파로 이 방식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업 구조 자체를 국가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9일 본지와의 만남에서 현행 방식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지자체가 정부 눈치를 보며 재원을 마련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군공항 이전이 국가 사무라는 점을 들어 정부 직할 사업으로의 전환 명분을 내세웠다. 이는 대구시가 사업 주체로서 짊어질 리스크를 중앙정부로 분산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야 주자들, '물류 허브' 기능 강화에 방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대권 주자들도 공약 발표를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대구경북 공약을 통해 사업 지연 요인의 조속한 제거를 공언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3.5km로 계획된 활주로를 연장하고 화물터미널 규모를 대폭 키워,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수준의 '물류 허브 공항'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 모 씨(54)는 "지금은 수출 물량을 인천공항까지 실어 나르느라 물류비 부담이 크다"며 "가까운 곳에 대형 화물기가 뜰 수 있는 공항이 생기는 것이 기업들에겐 가장 절실한 문제"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신공항을 단순한 여객용 공항이 아닌, 항공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대목이다.
◆2026년 착공 시계… 행정 절차는 본궤도
현재 대구시는 2026년 실착공을 목표로 관계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국방부가 '대구 군공항 이전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이를 관보에 고시하면서 법적·행정적 기틀은 마련된 상태다. 시청 내 신공항추진단 사무실은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채 국토부, 기재부와 주고받는 공문 작업이 한창이다.
시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행안부 등과 머리를 맞대고 재원 확보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2023년 제정된 'TK신공항 특별법'에 따라 사업비 부족분 발생 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를 실질적인 예산 배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대구시는 이번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로 확정될 수 있도록 정책 제안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공항이 국가 균형 발전의 상징적 모델로 거듭날 수 있을지, 대선 정국에서의 정치적 결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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