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과오' 무거운 짐 지고 탄핵의 江 건너겠나

  • 논설실
  • |
  • 입력 2025-05-14  |  수정 2025-05-14 07:55  |  발행일 2025-05-14 제27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그저께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민과 언론은 이를 '계엄 사과'로 받아들이고 김 후보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년 말 당의 어정쩡한 유감 표명 이후 첫 사과였다. 5개월이 걸린 셈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 후보 측이 굳이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닌,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을 겪은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진심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김 후보는 어제 대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과 관련해 "우리 당이 '탈당하라, 하지 마라' 이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했다. 당내 일각의 '출당'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 "계엄, 탄핵, 이 파도를 넘어서서 더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계엄의 굴레를 쓰고 가볍지 않은 윤 전 대통령의 과오를 끌어안고 거친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보수 몰락을 자초한 장본인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건가라는 질타가 다름 아닌 보수진영 내부에서 나온다.

김 후보가 당내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계엄·탄핵을 포함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다. 이번 주말 첫 대선후보 토론회 전엔 어떻게든 입장 정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윤 전 대통령 문제' 해결은 대선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지금 후보만이 이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놀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비로소 국민이 일말의 진정성을 느낄 것이다. '대리 사과' '위장 사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