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의사들 “이참에 개원”…의정갈등에 대구경북 의원 개설 5년 만에 최고

  • 강승규
  • |
  • 입력 2025-05-14 21:04  |  발행일 2025-05-14
2024년 대구 의원 개설 85곳…전년 대비 3.7% 증가
경북은 일반의 개원 급증…지역 의료 불균형 조짐도
전문의 83% 이상 개원 선택…“진료 자율성·생존전략”
“수가는 낮고 책임은 무겁다”…개원으로 방향 튼 의사들
개원

최근 병원 떠나 개원을 선택하는 전문의들이 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전문의 진료'를 내세운 대구 한 의원의 개업 현장.<영남일보 AI 제작>

최근 5년간 대구경북 개원의 현황

최근 5년간 대구경북 개원의 현황

의정 갈등과 병원 내 불안정한 근무 환경이 지역 의료 지형도 바꾸고 있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개원가로 쏟아지면서 대구경북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개인의 진료권 확보와 생존 전략이 지역 1차 의료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일보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구에서 새로 개원한 의원은 85곳이다.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찍었다. 2023년(82곳)보다 3.7% 늘었다. 특히 전문의 개원이 71곳으로 전체의 83.5%를 차지했다. 2020년 이후 누적 개원 381곳 가운데 이중 전문의 개원이 296곳에 달한다. 전문의 중심의 개원 흐름이 뚜렷하다.

경북 분위기도 달라졌다. 2023년 29곳으로 줄었던 의원 개설은 지난해 42곳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일반의 개원이 11곳→20곳으로 늘며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북은 전체 175곳의 개원 중 일반의가 55명, 전문의가 120명으로 각각 파악됐다. 대구에 비해 일반의 비중이 높다.

이 같은 개원 증가는 병원을 벗어난 의사들의 '탈병원화' 흐름으로 해석된다. 전공의 수련 포기, 전임의·봉직의 이탈 등 병원 내 경력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개원이 하나의 대안이 된 셈. 특히 전문의임에도 진료과목을 '일반의'로 표시해 유연하게 진료하려는 경향도 농후하다.

대구는 여전히 전문의 중심의 개원이 활발한 반면, 경북은 1차 진료 수요를 채우기 위한 일반의 개원이 주를 이룬다. 도심과 비도심 간 진료환경 격차가 개원 패턴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진료과목별 편중도 뚜렷하다. 피부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선호과는 개원이 느는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개원보다 폐업이 더 많다. 지역 의료 접근성에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의료 현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개원은 더 가속화되고 도심 집중과 진료과목 편중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개원을 준비 중인 한 전문의는 “최근 진료 수가의 현실화 지연과 의료분쟁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 미비가 맞물리면서, 임상의로서 지속 가능한 진료 환경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원 증가는 병원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기자 이미지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