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
2023년 3월 여고생 A양(17세)이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했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A양은 구급차에 실린 채 병원 4곳을 돌았지만 모두 수용을 거부했다. 이후 이송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결국 숨졌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병원 책임을 인정했다. 의료계는 병원 탓으로만 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5일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운영하는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응급환자를 대면조차 하지 않고 거부한 건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판단한 것. 복지부는 해당 병원들에 시정명령과 보조금 중단, 과징금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의료계는 "병원만 탓할 일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현장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이미 한계상태에 내몰려 있다는 것이다.
응급실에는 환자가 넘쳐나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중증도 분류부터 협진 요청, 병상 조율까지 도맡고 있다. 정작 필요한 외과, 신경외과, 정신과 인력은 밤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책임은 전공의에게, 판단은 병원 경영에 떠넘겨진 구조다.
응급환자 수용 여부는 곧 병원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협진이 어렵고 병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수용은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병원들은 "받아줄 수 없다"는 선택지를 반복하게 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신경외과 인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응급실 의사들이 환자를 거부하고 싶어서 거부하는 게 아니다"며 "무작정 병원만 처벌하면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복지부는 "앞으로 유사 사례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병원에만 책임을 물으면 또 다른 A양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병원들은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