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조→0' 뒤집힌 포항지진 배상, '시민 분노' 외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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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6  |  수정 2025-05-16 07:58  |  발행일 2025-05-16 제27면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판결은 정당한 국민 권익을 무시한 사법부의 횡포"라며 대규모 집회를 포함한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13일 대구고법이 지진 피해 포항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데 대한 포항 시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격앙되고 있다. 앞서 1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각각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게 2심에서 뒤집히면서 1조5천억원이 넘었던 전체 위자료가 '0원'이 돼버린 것이다.

2017·2018년 두 차례의 포항지진에 대해 정부조사연구단, 감사원 등을 통해 정부 스스로 지열발전사업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온 터라 항소심 재판부의 느닷없는 뒤집기 판결은 상식과 법 감정에 크게 벗어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도 "지열발전사업으로 인해 지진이 촉발됐다는 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이 성립하려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돼야 하나, 원고들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그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부의 재정 상황을 걱정한 정치적 판결'이란 평가가 법조계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5년1개월간 지속된 1심 판결의 방대한 소송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것이냐는 항소심 재판부를 향한 피해자들의 항의와 분노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범대본은 내주쯤 상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시민들의 신뢰 및 피해회복을 위한 법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주목한다. 포항시민께도 "끝까지 힘내시라"는 위로와 격려의 편심(片心)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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