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레오 14세가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즉위미사에서 가톨릭 신자들을 축복하고 있다.<연합뉴스>
"인류를 위해 화합의 누룩이 되는 교회를 세웁시다."
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가 18일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갖고 교황으로서 공식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사에 앞서 무개차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등장한 교황은 환호하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등 친근한 면모를 감추지 않았다.

레오 14세가 교황 즉위 미사를 앞두고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해 군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레오 14세는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을 참배한 후 광장에 모인 수많은 군중 앞에 자신의 모습을 재차 드러냈다. 교황권을 상징하는 흰색 양털 어깨띠 '팔리움'을 착용하고 반지 형태의 교황 인장인 '어부의 반지'를 낀 채 즉위 미사를 집전한 레오 14세는 "저에게 맡겨진 직무를 시작하며 감사 가득한 마음으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린다"면서 "이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다가간다. 여러분의 믿음과 기쁨을 섬기는 종이 되어 하느님 사랑에 기대 여러분과 함께 걷고자 한다"고 밝혔다.

성베드로 광장 제단에 오른 레오 14세 <연합뉴스>

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대규모의 군중들이 교황 레오 14세 즉위미사를 위해 1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미사 강론에서 레오 14세는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며 인류의 화합을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갇혀 있지 말고 세상에 대한 우월감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각 개인의 역사와 모든 민족의 사회·종교적 문화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불화를 보고 있으며, 지구 자원을 착취하며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는 너무나 많은 상처들을 낳고 있다"면서 세계 평화와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날 미사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세계 각국에서 150여개 대표단이 참석해 대형 외교행사를 방불케 했다. 한국에서는 염수경·유흥식 추기경 등이 참석했으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부부와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등 유럽의 왕족들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레오 14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승계하면서도 가톨릭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거처였던 산타 마르타의 집이 아닌 역대 교황이 머물렀던 사도궁의 교황 아파트에 입주키로 결정하면서 교회의 권위 회복에도 힘을 싣는 모양새다.
레오 14세는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으로 20여년 동안 남미 페루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9일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를 통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바 있다. 새 교황은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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