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쉬포르 쉬르파스’展 선보여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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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0 16:31  |  발행일 2025-05-20
1960~70년대 프랑스서 진행된 실험적 미술 운동
‘쉬포르 쉬르파스’ 대표작가 13인, 55점 작품 선보여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 맥락과도 일부 닮아 눈길
다니엘 드죄즈 'Stretcher'

다니엘 드죄즈 'Stretcher'

1960~70년대 프랑스에서 진행된 실험적 미술 운동 'Supports/Surfaces(이하 쉬포르 쉬르파스)'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대구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은 오는 8월13일까지 기획전 '쉬포르 쉬르파스'를 열고 다양한 형태로 해체되고 변형된 회화 변주의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쉬포르 쉬르파스'는 프랑스 남부 작가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하나의 미술혁신 사조다. 이 사조가 등장한 시기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반정부 운동인 '68 운동'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던 때로 사회 전반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쉬포르 쉬르파스' 동참 작가들 역시 당시로선 급진적이었다. 회화의 해체를 주장한 그들은 기존의 틀에 고정된 캔버스를 해체하고, 물성을 드러내며, 회화가 무엇을 담아야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되물었다.

노엘 돌라 'Cross'

노엘 돌라 'Cross'

파트릭 세투르 'Progress'

파트릭 세투르 'Progress'

'쉬포르 쉬르파스'를 대표하는 작가 13인의 작품 55점을 만날 수 있다. 참여 작가는 앙드레 피에르 아르날(André-Pierre Arnal), 뱅상 비올레스(Vincent Bioulès), 피에르 뷔라글리오(Pierre Buraglio), 루이 칸(Louis Cane), 마크 드바드(Marc Devade), 노엘 돌라(Noël Dolla), 다니엘 드죄즈(Daniel Dezeuze), 토니 그랑(Toni Grand), 베르나르 파제스(Bernard Pagès), 장 피에르 팽스망(Jean-Pierre Pincemin), 파트릭 세투르(Patrick Saytour), 앙드레 발랑시(André Valensi),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등이다. 이 중 일부는 작고했으며, 노엘 돌라 작가는 지난 14일 인당뮤지엄을 직접 찾아 전시장을 둘러봤다.

'쉬포르 쉬르파스' 그룹에서 회화의 해체는 곧 회화의 분리이자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개념을 아우른다. 르네상스때부터 이어진 전통적 회화의 개념은 세계를 바라보는 '창(窓)'이었지만, 해당 그룹은 기존 회화 개념의 해체를 이끌었고 이번 전시는 '쉬포르 쉬르파스'가 남긴 유산을 톺아보는 자리다.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시대를 앞서나간 '쉬포르 쉬르파스'의 예술적 실험이 21세기 작가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쉬포르 쉬르파스'가 1970년대 지역 작가들이 새로운 매체적 실험을 펼쳤던 대구현대미술제의 맥락과 닮아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지난 14일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을 방문한 노엘 돌라 작가가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4일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을 방문한 노엘 돌라 작가가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쉬포르 쉬르파스'의 구성원 상당수는 마르크스 주의나 마오이즘 또는 라깡과 같은 철학자들에 심취해 있었으며, 일부는 무정부주의자였다. 이런 이유들로 그들은 회화의 전통적 구성에 집착하지 않았다. 노엘 돌라는 침대 시트와 손수건 등 주부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물건을 소재로 작업에 집중하며 여성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들에게 굳이 어떤 기호를 부여하거나 의미를 두는 행위는 필요치 않았다. 다니엘 드죄즈 작품의 경우 1차원적인 회화의 의미를 넘어 회화 뒤에 자리한 벽면까지 고려하는 등 기존 회화의 틀을 과감하게 무너뜨린다. 노엘 돌라 작가는 "사회에 대한 대중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예술작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쉬포르 쉬르파스' 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했다.

김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관장은 "이번 전시는 쉬포르 쉬르파스의 정신을 단순히 과거로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가와 관람객에게 창작의 본질과 자유, 질문의 필요성을 다시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일요일 휴관. (053)32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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