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가로막힌 욕망③] ‘보호’라는 이름의 통제…통제에 막힌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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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2 08:41  |  수정 2026-08-02 18:04  |  발행일 2026-08-02
연애도 사랑도 여전히 ‘관리 대상’…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사각지대
전문가 “위험 아닌 권리의 문제…포괄적 성교육·공공지표 마련 시급”
성도우미 논쟁 넘어 ‘관계를 맺을 권리’로 접근해야
장애인의 욕망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의 욕망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게티이미지뱅크>

당연히 필요해 고민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언급을 금기시하는 말이 있다. 바로 장애인의 성(性) 해소 욕구 문제다. 장애인은 단지 보호·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면서 이런 통념이 생겼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뒷전으로 미뤄왔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성폭력 예방, 안전 논의에만 천착해 왔다. 전문가들은 인간 권리 차원에서 장애인의 성을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대구지역 장애인들에 대한 성적 담론은 찾기가 힘들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역에선 장애인들의 성욕구 해결 문제보다는 장애인들이 성폭력 피해자로 인식, 이를 지원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탓이다. 불가피하게 타 지역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장애인 성 문제를 들여다봤다.


◆대구 장애인 13만명... '방치된 성'


장애인의 성이 권리의 언어로 논의되는 동안, 대구지역 돌봄 현장은 훨씬 더 절박한 현실과 싸운다. 달서구에서 오랜 기간 장애인 돌봄 봉사를 해온 한 여성 활동가는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성적 욕구는 분명한데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올바른 정보 없이 서로의 몸을 다루다 상처가 생기거나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왜 아픈지조차 모르니 병원으로 가지도 않는다. 성적 욕구는 그때그때 풀리고 몸에는 문제가 쌓이지만, 정작 치료의 손길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구체적인 사례에서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이 활동가가 돌보던 한 50대 남성은 비슷한 처지의 지적장애인 지인과 성관계를 하다 신체에 큰 손상을 입었다. 상처는 계속 덧났지만 남성은 이를 숨겼고, 속옷에 피가 배어 나오는 상태가 이어졌다. 활동가가 "안 된다, 하지 말라"고 일러줘도 그때뿐이었다. 무엇이 왜 위험한지 배운 적이 없으니 멈출 수도, 치료를 받을 수도 없었다. 곁에서 상태를 살필 보호자도 없었다.


이 활동가는 "성 교육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쉬쉬하며 덮어두면 결국 당사자의 건강만 망가진다"며 "지자체가 계속 관심을 갖고 성 건강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현장에선 봉사자에게 성적 관심이 향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는 "가정을 방문하면 성적인 표현이 반복돼 다시 찾기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다"며 "이해는 하지만 그런 어려움 탓에 장애인 돌봄 자체를 피하는 봉사자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가끔은 나도 그 집을 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고도 했다. 장애인의 성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대구시에 확인결과, 올해 3월 기준으로 지역의 장애인은 모두 13만970명으로 파악됐다. 남성이 7만5천618명이고, 여성은 5만5천352명이다. 이중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1~3급)은 4만6천507명이다. 이들에게도 보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성적 욕구 해소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힘겨운 분위기다.


◆장애인의 연애는 '문제행동', 사생활은 '관리 대상' ?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정주희 활동가.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정주희 활동가.

"장애인이 연애를 시작했는데 헤어지게 해달라는 상담이 들어옵니다."


정주희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관계를 맺는 일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연애는 여전히 '문제행동'이나 '관리 대상'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 활동가는 "장애인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연애를 걱정하고 이를 막아달라는 요청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애를 갓 시작한 장애인을 축하하기보다 "관계를 정리하게 해 달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빨리 막아 달라"는 상담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권리'보다 '위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 활동가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3월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선 장애 여성이 새벽 시간 외출을 시도하자 생리 관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피임 시술을 권유받았다. 안전사고 예방과 시설 운영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장애인단체는 당사자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 활동가는 "장애인의 성은 성관계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누군가를 좋아하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보호가 가장 쉬운 해결책이라는 편견


호남대 강민희 교수(사회복지학전공)는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정상성' 중심의 사고를 지목했다.


강 교수는 "우리는 오랫동안 정상적인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을 구분해 왔다"며 "장애인을 우리와 같은 시민이 아니라 다른 존재로 바라보는 무의식이 장애인의 성적 권리까지 제한해 왔다"고 했다.


사회가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이해하기보다 통제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는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실패하며 시행착오를 겪을 권리가 있지만, 우리 사회는 자기결정권보다 보호를 우선시해왔다. 그 결과 '보호'는 절대적 가치가 됐고, 선택과 경험의 기회마저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이어 "장애인을 이해하고 사회적 관계를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반면 보호와 격리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쉽게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애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물론 사생활까지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호남대 강민희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호남대 강민희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관계를 맺을 권리'가 필요


그간 반복돼 온 성도우미나 성매매 논쟁은 장애인의 성을 '해결해야 할 욕구' 정도로만 바라본 결과라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의가 반복될수록 이들의 성을 서비스 제공 여부의 문제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작 장애 당사자들이 원하는 건 특정 서비스를 제공받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정 활동가는 "장애인들이 원하는 건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단이 아니다"며 "다른 사람과 평등한 관계를 맺고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고 했다.


강 교수도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며 "장애인의 성 역시 단순한 욕구 분출의 문제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삶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포괄적 성교육'과 공공 지표화 절실


장애인 성 문제 논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위험 차단'과 '성폭력 예방'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관계와 소통 중심의 포괄적 성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활동가는 "기존의 '안 된다' '조심하라'는 식의 교육을 넘어 당사자가 자기 몸의 주인이 돼 동의와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고 타인과 평등하게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적 권리의 공공 지표화'를 제시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장애인 실태조사는 소득·고용·건강 등에 집중돼 있을 뿐 장애인의 성적 권리와 친밀한 관계, 사생활 보장 수준 등을 보여주는 항목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반면,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정부 조사에 연애 관계, 성적 지향, 성생활, 피임 실태 등의 항목도 포함시켜 장애인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강 교수는 "그간 보이지 않았던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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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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