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여성의 굴레…목숨 걸고 세상에 공개하다

  • 김은경
  • |
  • 입력 2025-05-22 09:21  |  발행일 2025-05-22
■이슬람 체제 비판 영화 두편
‘신성한 나무의 씨앗’ 내달 3일 개봉…히잡반대 시위 여성투쟁 다뤄
이란 정부 출품철회 압박에 유럽 망명 감행한 감독 칸영화제서 수상
실화 바탕 ‘올파의 딸들’ IS 테러리스트가 된 두 딸과 가족 고통 그려


2022년 가을, 이란에서는 스물두살 여성이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란 내에서는 히잡 착용을 반대하는 여성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건이 발생하고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전세계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이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히잡으로 상징되는 이슬람 여성의 인권을 다룬 영화 두 편이 경종을 울린다.




2022년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반대 시위를 모티브로 전개되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022년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반대 시위를 모티브로 전개되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개봉을 위해 독일로 망명을 선택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의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개봉을 위해 독일로 망명을 선택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의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개봉 앞두고 독일로 망명한 감독


다음달 3일 개봉하는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란에서 벌어진 대규모 히잡반대 시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권력을 상징하는 수사판사 '이만'과 그 반대편에 있는 아내와 딸 등의 모습을 통해 가족과 사회에 찾아온 균열과 갈등을 그렸다.


지난해 열린 제77회 칸 영화제는 이 작품에 '심사위원 특별상'이라는 새로운 상을 만들어 시상했다. 당시 칸 영화제는 10분간 기립박수를 해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보냈던 지난한 시간과 집념에 경의를 보냈다. 이란 정부가 출연진과 제작진을 소환해 심문하고 출국을 금지했으며, 감독에게 출품 철회를 하도록 압박하는 사연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영화가 대중에게 소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2002년 첫 장편영화 '황혼'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총 8편의 장편을 발표했지만 이란 내에서는 단 한 편도 상영되지 못했다.


그는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오랫동안 감시와 탄압을 받아왔다. 뇌물이 일상화된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린 '집념의 남자'로 2017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으나 정부에서 여권을 압수하는 바람에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압박 속에 완성한 신작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감독이 목숨 걸고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가 공개되면 이란 정부의 기소와 형벌이 확실한 상황에서 감독은 영화 개봉을 위해 유럽 망명을 감행했다.


그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극심한 제약과 억압 속에서도 이란의 현실에 가까운 영화적 서사를 구현하려 노력했다"면서 "길이 없을 때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망명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올파의 딸들' <필름다빈 제공>

튀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올파의 딸들' <필름다빈 제공>

튀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올파의 딸들' <필름다빈 제공>

튀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올파의 딸들' <필름다빈 제공>

튀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올파의 딸들' <필름다빈 제공>

튀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올파의 딸들' <필름다빈 제공>

◆실제와 허구 혼재한 '메타픽션' 영화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올파의 딸들'은 지난달 국내 극장가에서 개봉한 후 적잖은 파문을 던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실제와 허구가 혼재한 '메타픽션'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튀니지에 사는 중년여성 올파와 네 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딸부잣집에서 태어난 올파에게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절망적이고,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남자가 없는 올파네 집은 수시로 동네남성들에게 욕망의 해소처였기 때문이다.


불운했던 어린 날의 기억을 안고 시작된 결혼생활 역시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올파는 운명의 장난인지 딸만 내리 넷을 두었다. 올파가 낳은 네 딸의 운명 역시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 딸은 리비아로 건너가 ISIS가 돼 테러리스트로 살아간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실제 주인공과 연기자를 조합해 보다 사실적이고, 몰입감 있는 화면을 완성했다. 올파의 셋째, 넷째 딸인 에야, 타이시르가 직접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IS가 되기 위해 가출한 두 딸 고프란과 라흐마는 각각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다.


영화는 이슬람 체제에서 여성들에게 씌워진 굴레와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무게를 실제 주인공들의 목소리로 전해준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또 감독은 올파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는 남자들을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도록 해 눈길을 끈다. 감독은 이에 대해 "올파와 그녀의 딸들의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남성의 부재"라면서 "한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 작품에 집중하는데 더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파의 딸들'은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올해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제49회 세자르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제35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등을 두루 수상했다.


배급사 관계자는 "예술영화로 분류된 만큼 일반관객보다는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20~30대 젊은 여성 관객이 많이 찾는 편"이라며 "트위터와 같은 SNS에 올라온 감상평을 보면 영화를 보고난 후 가족애, 여성 등에 공감을 했다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올파의 딸들'은 현재 VOD를 오픈했으며, 공동체 상영회 등으로 대중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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