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TK바닥민심은]“어차피 이재명” “그래도 김문수” “새대안 이준석” 판세 요동

  • 이승엽
  • |
  • 입력 2025-05-25 20:06  |  수정 2025-05-26 09:48  |  발행일 2025-05-26
계엄·탄핵의 강 못 건너는 보수 “그래도 이재명 막으려면”
“이재명 일은 잘한다, 도덕성 이슈는 여전”
청년들 “이준석 뽑는 게 보수 미래 위한 길”

제21대 대통령선거 막판 TK(대구경북) 유권자들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정권 교체론'과 '이재명 대세론' 등을 앞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보수의 텃밭'에서 예상 외 선전 중인 가운데,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노리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층 결집 분위기도 감지된다. 젊은층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양강 체제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둔 지난 19~24일 대구 중심가 동성로·범어네거리·경북대·칠성시장 등지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 6·3대선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 집중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 집중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투표 포기하는 이들도


보수 지지층 비율이 높은 TK에서도 '이재명 대세론'은 유효해 보였다. 진보와 중도는 물론, 보수층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는 이들이 적잖았다. 경북대 재학생 최모(25·여)씨는 "이재명 후보가 되는 것을 원하진 않지만, 당선은 유력하다고 본다. 이전 대선에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였고,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김문수 후보의 출마 과정에서 생긴 이슈들로 양 후보 간 격차는 커졌다고 본다"고 했다. 대학원생 권민준(26)씨는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재명 후보가 과반 득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며 "TV 토론에서 만회해야 할 김문수 후보에게 오히려 실망했다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본인을 보수 지지자로 밝힌 교사 안모(27)씨도 "비상계엄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이전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선거 초반부터 다소 벌어진 격차에 투표를 포기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김소윤(29·중구)씨는 "이번 대선은 여론조사를 봐도 그렇고, 어느 정도 결과가 예정돼 있는 것 같다. 내 표가 사표가 될 것 같아 투표장에 가는 것도 고민된다"며 "뉴스를 봐도 공약보다는 후보 간 비방이나 헐뜯기가 더 많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경북대 재학생 박정호(24)씨도 "이번 대선은 서로 비난만 하고, 정작 삶에 도움이 될만 한 얘기는 없다. 솔직히 요즘은 투표가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누가 되든 내 삶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이재명은 막아야" 보수층 결집 분위기


중년층 이상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성토 분위기도 거셌다. 칠성시장에서 만난 상인 다수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대항마인 김문수 후보의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계엄·탄핵 등 조기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 측의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칠성시장에서 20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이정인(53)씨는 "이재명 후보는 도덕성 측면에서 큰 결함이 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선 안 되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2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선자(62·여)씨도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재명 후보는 정말 싫다. 사람 됨됨이가 별로다"고 했다. 가구가게 대표 이재덕(57)씨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사법부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모습을 보면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좁혀지는 지지율 격차에 대역전을 바라는 희망찬 분위기도 감지됐다. 박모(60)씨는 "김문수 후보가 역전해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본다. 갈수록 김 후보에 대한 미담들이 나오고 있는 반면,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사탕발림 공약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꼿꼿하고 청렴결백한 김 후보가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식먹자 이준석'행사를 위해 지난 13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복지관을 찾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남일보DB>

'학식먹자 이준석'행사를 위해 지난 13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복지관을 찾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남일보DB>

◆'보수의 미래'는 이준석?…청년층 인기몰이


지지 정당이 확고하지 않은 청년 유권자층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이 후보는 앞서 대학 학생식당을 순회하는 '학식먹자' 유세 등으로 일찌감치 선거운동의 초점을 청년층 유권자에 맞추고 있다. 특히, 선거 초반부터 TK지역 선거운동에 공을 들이며, 보수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5·여)씨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이준석 후보의 공약이 가장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청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나 주거 측면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을 내놓은 이 후보에게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신영록(28·달서구)씨도 "기존 기성세대 후보들과 다르게 특유의 젊은 감각으로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준석 후보에 가장 눈길이 간다. 이 후보의 향후 행보가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사표심리는 이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이번 대선은 보수 지지자 입장에선 힘들다고 보고, 다음을 기약하며 4번을 찍어주려고 고민 중"이라면서도 "혹시나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보수 심판 프레임 견고…계엄·탄핵의 강 넘어야"


전문가들은 보수 정권의 실책으로 벌어진 조기 대선이어서 '보수 심판' 프레임이 이번 선거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없이는 보수 정당에 승산이 없다고도 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번 조기대선의 원인은 보수에게 있다. 보수가 만들어낸 대통령이 파면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반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는 보수의 텃밭인 TK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후보는 비상계엄은 물론, 탄핵에 대해서도 말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한 게 없다. '계엄의 강'은 물론 '탄핵의 강'도 전혀 넘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상대방이 비호감도가 높은 이재명 후보이기 때문에, 이 정도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엄·탄핵의 강을 넘기 위해서는 김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 교수는 "현재 김용태 비대위원장과 한동훈 전 대표 등이 투트랙 전략으로 김문수 후보가 하지 못하는 말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도층의 마음을 얻으려면 결국 약한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행보가 향후 이번 대선의 키를 쥘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15%의 지지율을 기록한다면, 이 후보에게 '별의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 장 교수는 "현재 이준석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반사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에 지지 기반을 갖춘 이 후보는 보수 정체성을 가진 후보이기 때문에, 김 후보의 실책은 이 후보의 반등으로 이어진다"며 "지지율이 15%를 찍는 순간, 보수 후보 단일화에서 이준석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수·중도에 진보까지 함께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 등으로 본인에게 유리한 판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 이미지

이승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