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찾은 문형배 “탄핵선고 못하고 나갈까 봐 걱정했다…새 정부도 관용·절제 없으면 힘들어”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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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8 18:49  |  발행일 2025-05-28
문 전 대행, 대구대서 헌법과 민주주의 강연
“모든 관점 검토 후 선고…덕분에 후유증 적어”
“尹, 국회 존중 없고 대통령 권한 절제도 없어”
“지도자는 ‘진영의 대통령’되어선 안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대구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대구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대구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대구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집 앞 시위도, 문자메시지·전화 폭탄도, 국회의원 항의도 하나도 두렵지 않았지만, '선고를 못하고 나갔을 때 제가 살 수 있겠느냐',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 못하고 나갔을 때 거리를 어떻게 다닐 것이냐'를 걱정했습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가 주관한 '헌법과 민주주의' 강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앞두고 느꼈던 심정을 이같이 회고했다.


문 전 대행은 "선고 결론이 '분열'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최대한 모든 관점을 검토하고, 모든 사람이 관여하도록 했다"며 "제 기억엔 인용론을 10회 이상 수정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모든 관점에서 검토가 다 끝났을 때 표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4월 1일 표결에서 '만장일치'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사건일수록 숙고해서 결론을 내려야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며 "그래서 후유증이 좀 적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선, "(야당이) 탄핵하고, 예산 깎고 특검 법안 통과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그 문제는 국회에 찾아가고, 여론을 불러일으키며 정치로 풀어야 한다"라며 "비상계엄으로 어떻게 풀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2월 3일, 병력을 동원해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나"라며 "탄핵을 막을 수 있나. 예산 문제를 풀 수 있나. 특검법안을 막을 수 있나. 국회에 대한 존중도 없고,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권한에 대한 절제도 없다. 관용과 자제를 벗어났으므로 위헌이라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1주일 뒤면 탄생할 새 정부를 향해서도 "새로운 정부도 똑같다. 관용과 절제를 하지 않으면 힘들 거라 본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미 국민은 양분돼 있다"며 "지도자는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하지, 진영의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대구대에서 연 강연에서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대구대에서 연 강연에서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방법에 대해선 "나한테 적용되는 원칙이 너에게도 적용돼야 하고, 너에게 인정되는 절제가 나에게도 인정이 돼야 '통합'이 된다"며 "이어 관용과 자제를 하면 민주주의는 반드시 성숙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미디어의 정치적 중립,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견해도 나왔다. 문 전 대행은 "세상에 정치적 중립인 사람이 어디 있나. 미국 뉴욕타임즈도 대선 지지 후보를 밝힌다"라며 "저널리즘에 대한 우리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지만, 정치적 견해를 드러낼 땐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해선 "언론 취재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명예훼손'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해 저는 위헌 의견을 냈다"며 "진실한 사실이 증명되고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 않을 경우엔 명예훼손 자체가 성립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행은 강연 말미, 학창시절 은사인 김장하 선생을 언급하며 "남은 인생은 김장하 선생 정신을 실천하는 데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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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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