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전경
과거 교사들에게 나름 최고 영예로 꼽혔던 교장·교감 자리가 대구 지역 학교 현장에서 '기피 1순위'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 내 각종 갈등의 최종 책임자가 돼야 하는 중압감에 승진을 포기하거나, 아예 정년을 채우지 않고 학교를 빨리 떠나는 관리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떠나는 교장들… 초등학교 '이탈' 두드러져
28일 영남일보가 대구시교육청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명예퇴직을 선택한 대구지역 교장과 교감은 총 99명에 달했다. 특히 학교 경영의 정점인 '교장'의 이탈세가 가파르다. 2021년 9명이었던 교장 명퇴자는 2022년 12명, 지난해 16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올해는 명퇴 레이스가 더 가파르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16명이 학교를 떠났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초등학교에서 두드러진다. 전체 명퇴 교장의 77.8%가 초등학교에 집중됐다. 이는 학부모 민원과 돌봄 행정 등 관리자가 감내해야 할 감정 노동과 업무 강도가 중·고교보다 훨씬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현장에선 "권위는 사라지고 책임은 무한대"
학교 구성원들과 학부모들은 이러한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학부모 이지영(45·북구 동천동)은 "학교에 문제가 생겨도 교장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몸을 사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었다. 알고 보니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고충이 많아 보였다"며 "학교를 이끌 리더가 위축되니 결국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한다는 평교사 최모(35)씨는 "요즘 선배들 사이에선 '가늘고 길게 가자'는 말이 유행이다. 승진해서 각종 소송이나 민원의 타깃이 돼 고통스럽게 지내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다 퇴직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요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 '실무형 해결사' 요구받는 교장, 교감
교권 추락과 맞물려 교장, 교감 등 관리직의 역할 변화도 승진 기피의 한 요인이다. 과거엔 교장이 권위의 상징이었다면, 이젠 학사 일정부터 교육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실무형 해결사'이자 '민원 방패막이' 역할을 요구받고 있어서다.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부부 교사로 30년 넘게 근무하면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데, 굳이 학교 폭력이나 성 문제 등 복잡한 사건의 최종 책임자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정서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지역 교육계 '허리' 부실 우려
대구시교육청 측은 "승진 대상자들이 관리직 임용을 고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대구 교육의 허리 역할을 할 관리 인력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교권 침해 사고가 빈번한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관리직을 보호할 법적 장치와 실질적인 보상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대구 교육계의 '리더십 공백'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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