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에너지전환시대…경북의 도전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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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2  |  수정 2025-06-02 07:26  |  발행일 2025-06-0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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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논설위원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회는 검증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얼룩졌다. 우리나라 미래발전을 위한 정책을 놓고 토론하길 기대했던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나마 정책대결이 있었던 분야가 에너지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전환시대에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 어느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벌인 논쟁이다. 유력 후보들이 엄청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AI(인공지능)산업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니 반드시 거쳐야 할 논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믹스(energy mix)'를 언급하면서, “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원전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탈원전을 이야기했던 과거의 이 후보와는 다른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면서도, 30%대인 원전 비중을 60%로 늘리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는 진보진영, 원전은 보수진영의 정책이라는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을 새삼 보여줬다.

경북은 보수정당의 텃밭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가동되는 원전 중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원전에 우호적이고, 재생에너지에 보이지 않는 거부감이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윤석열 정부때의 태양광사업 비리수사 때문에 경북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재생사업자들은 경북에서 태양광·풍력발전소 인허가 받기가 매우 어렵다라는 말을 한다. “호남에 재생에너지 인허가를 신청하면 공무원들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을 하는데, 경북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부터 한다”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제법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경북도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단초는 지난 3월 경북 의성·안동·영덕·청송·영양을 초토화시킨 역대급 산불이 제공했다. 산불피해지역을 원형으로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형 풍력·태양광 발전소 집적단지로 재탄생시키는 '신재생 e 숲 조성'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주민참여형이다. 풍력·태양광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에게 나눠준다는 의미다. 전남 신안군이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수익을 '햇빛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것과 같다. 신안군은 풍력발전소의 이익도 '바람연금'이란 이름으로 주민과 공유할 계획이다. 신안군은 햇빛연금 때문에 인구소멸위험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인구가 늘어난 곳이 됐다.

필자는 경북의 산불피해지역 다섯 곳도 신안군처럼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곳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만든 표현인 '전화위복(戰火爲福)', 산불을 이겨 복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햇빛·바람연금은 태양광·풍력발전소의 사업구도 때문에 통상 20년을 지급기간으로 하니, 산불피해지역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지급시기다. 산불피해지역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인 것을 감안해, 하루라도 빨리 지급시기를 당겨야 한다. 그러려면 산불피해지역 복구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경북도의 특별법 제정 요구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동의하고 있으니, 대선 이후 하루속히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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