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첩'이 대구간송미술관 '화조미감'展에서 전시 중이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의 첫 기획전 '화조미감'展(전)을 통해 지난 4월30일부터 전시 중인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첩' 수리·복원 과정이 세세히 공개되면서 다시금 이목을 끌고 있다.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첩'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수리·복원한 이후, 지난 4월 개막한 '화조미감'전에서 대중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훼영모화첩'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만년에 그린 8폭의 작품이다. 꽃과 풀벌레, 동물과 곤충 등을 매우 섬세한 필치로 묘사했고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구도가 정선의 화훼영모화 중에서도 단연 압권으로 평가된다. 이에 더해, 수리·복원 과정에서 밝혀진 작품의 안료, 작품의 순서와 구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작품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첩'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19년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Art Conservation Project)'에 선정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는 2010년을 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의 '사모트라케의 니케',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한 빈센트 반 고흐의 '농부가 일하는 들녘'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미술관이 보유한 주요 작품들의 수리·복원을 후원해 왔으며, 국내 작품이 선정된 것은 정선의 '화훼영모화첩'이 최초다.

화훼영모화첩 중 '추일한묘'에 대한 결손부 메움 후 색맞춤 과정을 진행 중인 모습.<대구간송미술관 제공>

화훼영모화첩 수리복원 전 '추일한묘'(왼쪽)와 '서과투서'<대구간송미술관 제공>

화훼영모화첩 수리복원 후 '추일한묘'(왼쪽)와 '서과투서'<대구간송미술관 제공>
프로젝트 선정 이후 간송미술관 유물관리팀과 한국전통문화대 이상현 교수는 '화훼영모화첩'에 대한 면밀한 상태 조사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작품 상태에 맞는 가장 최적의 처리 계획을 수립했다. 간송미술관 보존처리실에서 약 2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안료에 대한 분석, 충해 진행 양상에 대한 분석, 결손 부분에 대한 보완 등 수리·복원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복원된 작품이 '화조미감' 전시에 최초로 출품됐다.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작품에 나타난 충해 진행 양상을 분석해 작품의 원래 순서 및 장황 원형을 밝혀낸 것이다. 수리 과정에서 장황 없이 각각 낱장으로 보관되던 그림이 사실은 좌우 화면이 대칭을 이루며 서로 호응하도록 배치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각 작품은 호랑나비와 매미, 두꺼비와 개구리, 고양이와 쥐, 암탉과 수탉 등 서로 관계성을 지닌 소재들이 짝을 이루고 있으며, 작품 속 사물들의 크기와 무게감, 위치 등의 대칭적인 구도를 통해 '화훼영모화첩'이 가진 조형적 세련미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에 사용한 안료와 기법에 대한 과학적 분석 자료들도 겸재 정선의 작품과 화풍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화훼영모화첩'은 가로 19cm, 세로 31cm 정도의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석록·석청·진사·금 등 고급 안료와 다양한 채색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화려함과 섬세함을 특징으로 하는 정선의 화풍과 만년기의 탁월한 기량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대구간송미술관은 '화훼영모화첩'의 수리·복원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상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오는 13일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간송예술강좌: 세미나&토크'에서 '화훼영모화첩'의 수리·복원과 채색기법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은 "앞으로도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류 문화유산의 수리·복원과 우리 문화를 미래세대로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리·복원 과정을 소개한 영상은 전시실 내 QR코드를 통해, 작품에 사용된 안료에 대한 분석은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훈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