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부터 대구지역 대형마트가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한 후 처음 맞이한 일요일 대구 시내 한 대형마트에 휴무일이 월요일로 변경되었음을 알리는 배너가 설치되어 있다. <영남일보 DB>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치자,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대구경북본부 소속 마트 노동자 등이 대구시청 앞에서 의무휴업 폐지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발(發) 혁신 사례 1호로 꼽혔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다시 일요일로 원상 복구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에 맡기고 있지만, 여당이 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하는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와 근로자 간 뜨거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근로자는 '휴일 노동'으로 가족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변했다며 법 개정에 찬성한 반면, 소비자는 가족과 함께하는 '휴일 쇼핑'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 평일 휴업을 제도화한 대구지역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 초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조만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일맥상통하는 만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개정안은 현행 '지자체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해야 한다'로 바꾸고,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협의를 거쳐 변경 가능하다'는 문구도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현실화되면 대형마트의 공휴일 영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소비 부진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 효과보다는 자칫 소비자 불편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부 최명희(42·여·대구 수성구)씨는 "대형마트가 휴업해도 전통시장을 이용하진 않을 것 같다"며 "쿠팡 등 온라인 쇼핑을 더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38·대구 서구)씨도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평일(둘째·넷째 주 월요일)로 변경한 대구지역의 경우, 제도를 다시 되돌려야 해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2023년 2월 전국 특·광역시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시행했다. 의무휴업일 변경이 이뤄진 2023년 2월부터 7월까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지역 전통시장과 음식점은 각각 전년 대비 32.3%, 25.1% 매출 증대를 기록했다. 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한 소비자 긍정 답변도 87.5%에 달하는 등 제도 정착이 완료된 상황이다.
대구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충북 청주(2023년 5월), 서울 서초구(2024년 1월)·동대문구(2024년 2월)·중구(2024년 11월), 부산(2024년 5월), 경기도 의정부시(2024년 6월) 등으로 퍼져 나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기억 남는 정책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꼽은 바 있다.
반면,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애초 대형마트 휴업일 평일 전환 자체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꼼수'에 가깝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김기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 지정해야 한다고 이미 명시하고 있다. 홍 시장을 비롯한 일부 단체장들이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휴업일을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악용한 것"이라며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이후 마트 노동자들은 사회에서 투명인간이 되고, 가족 관계에선 배제됐다. 하루라도 빨리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도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다. 윤정희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정부에서 법을 바꾼다는 데 지자체 차원에선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업계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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