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많은 협력사 중 하나서 네덱 M&A '메탈 플렛폼' 완성
솥은 고대부터 왕위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쓰였다. 왕은 나라의 중심이었고, 한 나라를 지탱하는 힘은 경제력이었다. 달리 말해 왕이란 백성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밥을 짓거나 혹은 음식을 담는 '솥'이 왕위를 상징한다. 그 솥을 한자로 '鼎(정)'이라고 하는데, 이 솥에는 발이 3개 달려있다. 하나의 솥이 제대로 서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의 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010년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단순한 대기업 납품업체에서 글로벌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네덱<주>의 성장 과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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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분야의 다크호스로 급부상
다이캐스팅이라는 설비로 금속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였던 네덱은 10여년에 걸쳐 서서히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네덱이 해외 법인 설립과 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그 전까지 네덱은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인 수 많은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였다.
1995년 고객의 요구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 천진에 대일정공유한공사를 설립하며 네덱은 바다를 처음 건넜다.
2000년대 초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중국 랑팡시에 네덱기전을 설립하며 법인을 늘리더니 2003년 미국 일리노이주(州)에 네덱 아메리카를 세웠고, 이후 중국 동관·천진, 필리핀,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에 차례로 해외 법인 및 현지 공장을 만들었다.
그러다 황세준 부사장이 네덱(2010년)과 자회사인 코덱(2012년) 대표이사로 연이어 취임하면서 네덱의 큰 그림은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2012년 <주>케이메트로 인수를 시작으로, 다음 해에는 <주>제일테크노쎌을 합병했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조인트 벤처 형태로 케이몰드<주>를 설립했다. 곧이어 구미의 하이테크를 비롯 중국 기업인 천진정우금형마저 인수하며 M&A 분야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한국 다이캐스팅 조합의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 기업이 해외법인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사람들은 의아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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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지탱하는 3개의 발
우선, 네덱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덱이라는 솥을 지탱하는 세 개의 발을 알고 있어야 한다.
네덱에는 두 가지 사업군이 있는데, 첫 번째로 스토리지(Storage)라고도 부르는 저장 장치 분야이다. 네덱은 대일정공 시절부터 삼성전자의 협력 업체로 일하면서 저장 장치 케이스를 만들어 왔다.
예전에는 HDD 분야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SSD 분야의 부품까지 만들고 있으며, 씨게이트·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두 번째 사업 분야는 자동차 부품이다. 최근 자동차는 다양한 편의와 효율 향상을 위해 '전자부품'의 채택이 확대되는 추세인데, 네덱은 전자부품 분야에서 쌓은 수십 년의 노하우를 자동차 부품에 접목하면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 컨티넨탈, 마그나 같은 유수의 글로벌 부품업체의 요청으로 멕시코에 공장도 세웠다.
저장장치 분야와 자동차부품 이외에 2013년에 인수한 제일테크노쎌이 휴대폰 케이스의 생산을 이끌게 되면서 모바일 부문이 네덱을 버티는 세번째 축이 됐다.
아무도 차를 타지 않거나 또, 아무도 기억을 저장하지 않거나, 마지막으로 누구도 휴대폰을 쓰지 않는 순간은 오지 않으니 네덱의 역할은 분명하며 크다. 이 3개 분야는 근간이 됨과 동시에 정업이다. 이를 위해 해외 법인 설립부터 국내 제조 업체까지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 며 각각의 받침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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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부품 아닌 부품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탈 플랫폼'
하지만 단순히 내일의 먹거리 확보만을 위한 행보는 아니었다. 조인트 벤처로 설립한 케이몰드나 2014년 중기청의 도움을 받아 인수한 <주>하이테크는 기존의 확장과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2013년 11월 네덱이 자신과 비슷한 제조업체인 제일테크노쎌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정업'의 완성을 위한 M&A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두 세 달 뒤인 2014년 1월과 2월에 네덱은 케이몰드를 설립하고 하이테크를 인수한다.
2014년 12월에는 중국 천진에 있는 '천진정우금형'을 흡수했다. 천진정우 역시 케이몰드처럼 금형을 제작하는 업체였다.
이제 네덱을 부품 생산업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부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를 솔루션 제공 업체라고 하는데, 케이몰드 설립부터는 의미가 변했기 때문이다.
다이캐스팅, 스탬핑, 절삭가공, 도장·도금 등의 기계를 놓고 직접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네덱의 출발점이자 본류도 이곳에 있다. 이 업체를 기준으로 아래쪽에 후방 업체가 존재하는데, 금형 및 지그·픽스처, 전용기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다.
고품질 고생산성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후방업체의 지원이 절실한데, 중국의 천진네덱정우금형과 한국의 케이몰드가 이 일을 하고 있으며 부품 생산 업체의 전방 업체가 만들어진 부품을 조립하는 업체이다.
부품만 납품하는 것과 부품을 조립해 납품하는 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조립'은 더 많은 비즈니스를 가능하게하며 이 일을 하는 곳이 바로 '하이테크'였다.
핵심은 네덱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부품생산을 중심에 놓고 전·후방 업체를 결합하는 것이다. 금형 설계부터 부품생산, 그리고 최종적으로 조립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게 될 때, 고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네덱에서 하게 된다.
국내외 일괄 생산라인이 갖춰져 있으니 가격 경쟁력도 있고, 대량생산 능력도 있으니 원하는 양만큼 요구하는 시간에 맞출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네덱이 제공할 메탈플랫폼이다.
◆M&A는 사회적 노하우 축적과 일자리 안정화에 기여
IT분야와 달리 중소 제조업체 분야에서는 M&A가 부정적 인식을 주는 경우가 많다. 국내 중소기업의 M&A는 아이디어나 가능성을 보고 인수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대개 순 유형자산의 가치, 즉 설비 등을 보고 인수액을 평가한다.
물론 사전에 해당 업체가 인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 판단한다.이것은 피인수 대상 업체에 대하여 분석이 필요한데, 대개 영업이나 판매 네트워크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네덱이 해당 분야의 기술적 노하우를 대신 할 수 없기에 영업과 같이 매수기업이 채워줄 수 있는 약점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 사이에서 M&A 바람을 불러온 네덱은 매출 등 외형적 분야에서 성과만큼은 확실히 내고 있다.
그러나 단순 인수합병의 일시적인 효과 말고도 그들이 그리는 큰 그림 안에서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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