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오른쪽)가 19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정보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
"기존 가족 제도 안에서는 아이가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부모의 인격이나 집안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는 게 무척 속상했어요. 행복은 각자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회가 더 행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안전하고 평범한 사회를 상상하고 싶었습니다."
경북 포항에 사는 정보라(49) 작가가 새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을 펴내고 독자와 만났다. 정 작가는 2022년 부커상을 시작으로 2023년 한국인 최초 전미도서당, 지난 1월 미국 필립 K. 딕 상 등 세계의 권위 있는 문학상 후보에 꾸준히 올라 요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그녀가 19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지난달 25일 펴낸 '아이들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눴다. 사회자로 나선 정하린 상담심리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번 신작의 내용과 집필 뒷이야기를 보다 깊이있게 들려줬다.

새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오른쪽)가 19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이번 작품은 양육과 돌봄에 대한 가정과 국가의 책임을 묻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이들의 집'이라는 국립보육시설에 머물 수 있다는 설정이다. 공동육아가 의무인 사회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면 이곳에 있는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고,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는 존재들이 있다. 소설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갈등과 해결, 회복과 치유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양육의 의미'를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정 작가는 작품 집필이 여느 사건도 아닌 '꿈'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2021년에 꿈을 꿨어요. 아이들이 모여 행복하게 사는 건물에 귀신이 살고 있었죠. 어느 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나타나 아이를 데려가려 하는데 그 아이는 따라가고 싶지 않아 했어요. 그래서 귀신이 그 아버지를 죽이더라고요. 너무 기묘한 꿈이라 깨어나자마자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작 '아이들의 집'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 조현희기자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마냥 꿈 같지는 않다. 정 작가의 전작들이 그랬듯 이번 소설 역시 현실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 아동 유괴, 미성년자 강제 수용소, 해외입양 등의 문제를 꼬집는다. 정 작가는 "예전에 아이들을 납치해서 시설에 가두고, 아무런 돌봄도 없이 강제노동을 시킨 일이 있었다"며 "이렇게 짧게 요약해도 되게 끔직한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데 실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피하기 위해 잔혹한 디테일은 삭제하는 등 윤리적인 선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현실에서 '아이들의 집'은 실현 가능할까. 정 작가는 "한국은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어른들의 연대와 책임을 물었다. "러시아에 사는 친구가 있어요. 팬데믹 시기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니까 집으로 식료품 키트를 보내줬대요. 국가에서 아이가 먹을거리를 직접 챙겨준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심지어 러시아가요. 한국은 러시아보다 국민소득도 높고, 인구도 적고, 국토도 작아요. 못해서가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