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기 'An Aggregation'
전시장 들어서면 곳곳에서 실재와 환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공간적 언어를 마주할 수 있다. 선의 떨림과 공간의 숨결을 통해, 비움이 진동으로, 선이 시간으로 변하는 감각의 장이 펼쳐진다. 고요한 선이 공간을 흔들고, 비움이 생명을 품으며, 시간과 존재가 교차한다.
조각가이자 세계적 설치미술가 박선기 작가의 개인전 'Void and Vibration(비움과 진동)'이 오는 8월23일까지 021갤러리(대구 동구 안심로 54, 1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숯설치, 조각, 부조, 회화, 드로잉, 모빌 등 여러 조형 형식을 아우르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나무의 마지막 형태이자 에너지의 시작점인 '숯'을 활용한 3차원의 공간 드로잉 같은 원근법적 설치 작품에 특히 눈길이 간다. 해당 작품들은 관람객의 인식과 공간을 확장하며, '무존재로서의 존재'를 표현한다.

박선기 'An Aggregation'
박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선은 떨리고 공간은 숨을 쉰다. 무게를 잃은 선은 여백을 가로지르며 흔들리고, 그 떨림은 보이지 않는 구조와 감각의 파장을 그린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각이 머무는 '장'임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숯과 나일론 줄, 그들의 무게와 투명성, 중력과 떨림은 서로 부딪히며 진동하는 조율을 만들어내고 존재를 드러낸다. '비움'이 곧 '움직임'이 되고 '선'이 곧 '시간'이 되는 과정을 기록한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중앙대 조소과 졸업 후 밀라노 국립미술원에서 수학했다. 현재 국내를 비롯한 유럽, 미국, 중동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월 휴관.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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