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사진과 영화에 대한 관습적 개념 피하려 했다”...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 영화평론가 유운성 인터뷰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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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9 15:38  |  발행일 2025-06-29
‘제4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자 유운성
영화계 사람 미술상 받게 돼 감사할 따름
사진이 영화에 전해준 것, 사진이 담지한 ‘식물성’에 주목
지난 26일 대구미술관을 찾은  '제4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자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지난 26일 대구미술관을 찾은 '제4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자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사진과 영화에 대한 관습적 생각을 피하려 한 것이 수상의 계기가 된 듯합니다."


지난 26일 대구미술관에서 만난 '제4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자 유운성 영화평론가는 이같이 말했다. 유 평론가는 자신의 저서 '식물성의 유혹 : 사진 들린 영화(이하 식물성의 유혹)'가 사진과 영화 사이의 관계를 존재론적 차원에서 다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2일 정점식미술이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유 평론가는 그동안 영화의 내용을 분석하거나 숨겨진 메시지 등을 간파하려는 일반적 영화평론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왔다. 2001년부터 국내 유명 영화잡지에 글을 싣기 시작했으며,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그동안 영화 평론가로서 가장 대중적 평론인 영화 해설을 가급적 피하고 매체 사이 간극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6일 대구미술관을 찾은  '제4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자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지난 26일 대구미술관을 찾은 '제4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자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유 평론가는 "영화평론가인 제가 e-메일로 미술이론상 수상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처음에는 무슨 독창적인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습니다.(웃음) 2012년부터 통상적인 영화평론과 다른 글들을 쓰기 시작했는데, 사진 또는 문학과 영화를 결부시켜 글을 쓴 것이 예상치 못한 관심을 받은 듯 해요. 영화계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제가 미술상을 받게 됐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고 말했다.


영화와 사진에 본격적 관심을 둔 결정적 계기는 대학 시절 영화동아리 활동이다. 유 평론가는 "고교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는데, 서울대 물리교육과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영화 공부를 시작했어요. 여기에다 물리교육과 수업에는 사진촬영 및 현상을 실습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디지털 기술이 없던 당시에는 물체의 궤적 추적을 사진으로밖에 할 수 없었거든요. 물론 얼떨결에 영화 공부 및 사진촬영을 시작한 것이어서 지금의 제가 보는 매체적 관점과는 달랐습니다"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의 매개체가 된 저서 '식물성의 유혹'은 유 평론가가 2016년부터 예술잡지 '보스토크'에 5년 동안 연재한 글을 토대로 쓰여졌다. 1년 동안 예전의 글을 새로 고쳐 쓰고 재배치하는 수고를 거친 끝에 한 권의 책으로 꾸릴 수 있었다. 유 평론가는 "단지 영화와 사진의 초기 역사나 양 매체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영화 및 사진과 관련해)구체적인 작품과 작가 등을 대상으로 두고 그 내부에 자리한 사진적인 것에 대해 어떠한 질문을 갖고 뭔가를 풀어나가려 했습니다"라며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책의 마무리를 영화 이야기로만 끝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사진 작가 김신욱(경일대 교수)을 만나면서 책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김신욱 작가 작품에 등장하는 영국 히드로공항 주변의 인물들을 보면서 영화 관객과의 유사성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식물성의 유혹'이라는 저서명은 이인성 소설가의 산문집 '식물성의 저항' 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유 평론가는 "'식물성'이라 하면 뭔가 소극적이거나 '동물적'인 것과 대칭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식물성'의 개념은 영화와 사진 사이의 관계를 빗댄 거예요. 영화의 '운동'과 사진의 '정지' 등 제 입장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관습적 개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물성의 유혹' 독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운성 평론가는 "(독자 분들이)'식물성의 유혹'을 영화와 관련된 책으로 접근하신다면 오히려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가 담으려 한 의미와 감독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은 아니거든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사진이 영화에 전해준 것, 또는 사진이 담지하고 있는 '식물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영화를 활성화하는지를 보여주려 합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따라와 주신다면 좀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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