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히트플레이션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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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6  |  발행일 2025-07-16 제27면

요즘 '국민 과일'인 수박이 귀한 몸이 됐다. 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다. 대체로 수박 1통 값이 3만 원 안팎이란다. 이는 지난해 대비 26%가량 오른 가격이다. 오는 20일 초복을 앞두고 수박 값은 더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민들은 수박 하나 마음 놓고 사 먹는 것도 힘든 상황이 됐다. 최근 농수산물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유례없는 불볕더위 때문에 과일 수요는 느는 반면, 상추, 깻잎 같은 잎채소는 생육이 부진해져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무더위 탓에 농작물 수확량이 줄면서 값이 오르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더위가 불러오는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과거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해에는 어김없이 채소·과일 값이 상승하는 히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최악의 더위를 기록한 지난 2018년은 물론, 관측 사상 두 번째 무더위로 기록된 지난해에도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민생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잦아지는 이상기후 현상이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한다. 폭염으로 가뜩이나 불쾌지수에 시달리는 판에 농수산물값마저 치솟아 '짜증 지수'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히트플레이션의 대책은 마땅치 않다. 과일이나 채소류는 현실적으로 저장이나 수입대체가 어렵다 보니 이상기후에 따른 수확량 변동이 고스란히 물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체로 기온이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은 0.4∼0.5%포인트 높아진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폭염에다 높은 밥상물가, 전기요금 부담까지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서민들은 이제 여름이 두렵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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