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14조원짜리 소송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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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5 09:11  |  발행일 2025-07-25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외설 편지' 기사를 보도한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훼손 배상액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와 달리, 트럼프의 '엡스타인 스캔들' 연루 의혹은 갈수록 확산하는 형국이다.


WSJ는 최근 트럼프가 지난 2003년 희대의 성범죄자인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외설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을 기사화했다. 이에 트럼프는 '가짜뉴스'라고 발끈하며, WSJ와 사주(社主) 등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와 WSJ·폭스뉴스를 소유한 루퍼트 머독(95)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게 됐다. 폭스뉴스는 '친(親)트럼프 매체'이며, 그동안 트럼프와 머독 간의 유대감은 남달랐다. 트럼프의 무리한 소송에 굴복했던 다른 언론과 달리, WSJ는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여기다 지지기반인 마가(MAGA) 진영에서도 엡스타인 의혹을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생전에 엡스타인이 작성했다는 '성 접대 리스트'에 트럼프가 포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CNN 등 유력 언론들도 트럼프의 연루 의혹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트럼프는 국면 전환을 노리고 맞불 공세를 펴고 있다. 최근 난데없이 1968년 암살당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사생활 기록을 공개한 데 이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 연루설을 제기하는 등 엡스타인 의혹 물타기에 폭주하는 모양새다. 세간에선 죽은 엡스타인이 절대 권력자인 트럼프를 궁지로 몰고 있다며,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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