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운명의 협상’ 이번 주 결판…“실패시 회복 불가능한 GDP손실”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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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7 18:15  |  발행일 2025-07-27
구윤철-베선트 31일 협상… KIEP “상호관세 부과되면 GDP 최대 0.4%↓”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일을 닷새가량 앞두고 한미 재무수장 간 협의가 오는 31일 개최될 예정이다. 25%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0%대 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 경제가 이번 관세 협상의 결과에 따라 단순 통상 이슈를 넘어 국가 성장의 갈림길에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7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1+1' 협상이 오는 31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을 통해 외교적 측면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양국은 지난 25일 구 부총리·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베선트 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2+2 통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미국 측이 베선트 장관의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구 부총리의 출국을 한 시간쯤 앞두고 회담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러다 전날(26일) 미국 측이 만남 일정을 재차 전해오며 막판 협상 일정이 잡힌 것이다.


난항 끝에 양국 재무 장관 협상 일정이 잡히면서 정부 역시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휴일인 2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참모들로부터 협상 진행 추이를 보고받고 막바지 대응 전략을 구상하는 데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연일 회의를 열어 정책·안보 라인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 현지에서 전해지는 정부의 협상 상황을 업데이트하면서 기류를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두 번째 급거 방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귀국한 이튿날인 25일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통상대책회의를 열었고, 주말인 26일에는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 안보실장 주재로 범정부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이번주에는 구 부총리와 조 외교장관 등이 출국해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대면 협상에 나설 예정인 만큼 대통령실의 막후 원격 조율도 숨 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 협상은 국익에 직결되는 문제인 데다 이 대통령이 표방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신뢰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의 명운이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관세 충격에 완전히 적응해도 '최대 GDP 0.4% 수준의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인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25%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0%대에 갇힌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향 조정도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우리나라의 상호관세율이 일본과 같은 15%로 낮아진다는 점을 전제로 "5월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약간 안 좋은 정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호관세율이 25%로 확정되면 GDP 성장률은 5월 전망보다 0%에 가깝게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연간 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 2차 추경이 성장률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문제는 관세 협상 타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구 부총리에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24~25일 미국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당초 대미 협상 카드에서 배제하려던 농산물을 포함하는 등 미국 측의 요구를 일부 반영하며 진전된 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의 거듭된 추가 요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에 소고기, 쌀 등의 농산물을 비롯해 디지털, 자동차 등 3개 분야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5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 관세율을 15%로 낮춘 일본에 비해 우리 정부의 투자액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 정부가 준비한 대미 투자 규모는 1천억 달러 수준으로 일본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국의 관심이 높고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조선업을 중심으로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우리 측은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조업 부흥·대중국 해상패권 견제 기조를 고려할 때 한국의 조선업 협력안이 이번 관세 협상 타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현지 조선업 직접 투자에 방점을 찍은 일본과 달리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사와의 협의를 거쳐 현지 건조,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안을 미국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는 협상 시한이 임박한 데다 미국 측이 협상 카드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과 관세 협상에 나선다. 28∼29일 스웨덴에서는 베선트 장관 등 무역 협상 주요 장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중국과 고위급 무역 회담이 예정돼 있다. 한국이 미국 측과 대면 협상이 가능한 날은 실질적으로 30∼31일 이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거액의 대미 투자를 통해 관세율을 낮춘 선례가 있는 만큼, 미국은 동일한 수준의 투자·시장 개방을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질적인 무역 균형 개선과 별개로, 정치적 보상이나 체면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협상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일정 수준의 양보나 개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핵심은 한국이 실익을 지키는 동시에 미국 측 요구와의 타협 지점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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