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정쟁보다 폭염속 국민안전 먼저 챙겨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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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3  |  수정 2025-09-03 17:45  |  발행일 2025-09-03

지난 26일 경기도 광주의 낮 최고 기온이 41.3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공식 낮 최고 기온이 2018년 8월 1일 홍천에서 기록된 41도인데, 이보다 0.3도 높다. 비공식 관측이지만 올해 극한 폭염을 대변하는 수치다. 폭염의 주범으로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있는 '더블 고기압'을 깨트려줄 태풍도 최근 3개 발생했으나 고기압의 위세가 워낙 강해 2개는 소멸됐고 나머지 1개도 일본 동쪽 바다로 빠져나갈 정도다. 폭염은 처서인 8월23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폭염에 총력 대응하는 것과 달리 국회의원들은 정치놀이에 빠져 있다. 폭염이 시작된 7월 중순 여야는 장관후보자 청문회를 가졌으나 고성과 제식구감싸기로 일관해 열대야보다 더 짜증나게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폭우와 폭염으로 전국 순회 경선 일정을 일부 조정했지만, 8월2일 당 대표 선출에 골몰하고 있다. 당 지지율 10%대인 국민의힘에게 국민 삶은 아예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박찬대 의원의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 등 태풍급 여야 정쟁거리만 쏟아진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폭염대책 당정 간담회에서 "117년 만에 역대급 폭염으로 국민 피해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진 피해 현장에 여당의원들이 '의정활동용' 복구작업을 펼쳤으나 폭염 현장을 찾았다는 말은 좀체 듣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입으로만 국민안전을 외치는 동안 농작업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쓰러져 가는 국민은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장례식장에 조기(弔旗)만 보내면 자기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기로에 선 이재명 정부...농산물 소고기 포기하는가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한국측 입장이 위태위태해 보인다. 일차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장관 인선이 끝나자 마자 관세협상에 뛰어든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여기다 트럼프의 압박은 미국내 언론에서조차 '관세 협박(Tariff threat)'이라고 칭할만큼 거칠다. 심지어 갈취(shakedown)란 표현도 쓴다. 한국을 향한 태도는 더 노골적이다. '2+2 고위급 회담'을 약속해 놓고, 상대국 부총리겸 재무장관(구윤철)이 출국 직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일본과의 협상물을 상기시키며 한국의 조급함을 조롱하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중국과의 협상 다음으로 밀려나 있다. 관세협정 시한인 8월1일 하루전인 오는 31일 최종 담판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의 힘을 압세운 막무가내식 압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국정부내에서도 뭔가 양보해야 일이 풀릴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쌀을 비롯한 농산물과 소고기 수입 완전 개방이다. 소고기는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30개월령 아래만 수입된다. 미국내에서도 30개월령 이상 소는 이제 도축하는 비율이 미미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농축산 종사자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지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이성을 잃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관세협상을 일회용 치적으로 보며, 상대국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중국을 활용하는 고도의 정치적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평택 미국기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각시켜야 한다. 결국 국익과 한반도 안정, 수출 전선의 장애물 제거란 복합 함수를 풀어야 한다. 관세 협상은 이재명 정권의 연착륙을 향한 좁은 관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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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비계 삼결살'… 주민의식 개선의 계기가 되길


울릉도가 최근 '비계 삽결살' 논란에 휩싸였다. 관광객이 식당에서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비계가 더 많은 삼결살이 나왔다. 게다가 종업원이 "다른 식당 보다 비계가 적은 편이다"는 요지의 말까지 한 영상이 SNS에 나돌면서, 평소 울릉도의 비싼 물가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됐다. 파장이 커지자 남한권 울릉군수가 공식 사과를 했고, 울릉군은 해당 식당에 영업정지 7일의 처분을 내렸다. 울릉군이 식당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올해는 '울릉도· 흑산도 등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는 해다. 특별법은 울릉도를 포함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울릉도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달 초 울릉군이 '울릉 글로벌 그린 아일랜드' 조성을 위한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가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당연히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은 울릉군민들의 기대도 높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지역주민 의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울릉 주민들은 '비계 삼겹살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말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관광객은 울릉도의 절경을 보러 왔지만, 음식·가격·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관광객을 울릉도의 팬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정부와 경북도 그리고 울릉군이 지향하는 세계적 관광 섬이 될 수 있다. 결국 울릉도의 미래는 주민들의 의식 전환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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