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정원 원훈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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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30 07:55  |  발행일 2025-07-30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해외정보기관 모사드, 국내 담당 신베트, 군 정보기관 아만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최고정보조정위원회가 세 기관의 업무를 조율한다. 이 중 발군은 단연 모사드다. 모사드 원훈은 좀 길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다. 구약성서 잠언 11장 14절에서 따왔다.


국가정보원이 원훈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제정해 노무현 정부 때까지 사용했던 원훈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민주권정부 시대를 맞아 '국민의 국정원'으로 발전해 나가자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초기 국정원 원훈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교체했을 때 '윤 정부의 복고주의'란 칼럼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음지에서 일한다? 국정원 직원들이 '어둠의 자식들'인가, 아니면 암수(暗數)를 동원해 비밀공작이라도 벌이겠다는 건가. 창설 초기 중앙정보부는 정치공작을 기획·실행하고 정치자금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수행했다. 군사정권 창출 공작소였다. 김대중 납치, 장준하 추락사, 김형욱 파리 피살 사건 등 온갖 흑역사의 산실이다. 한데 그 시절의 원훈으로 복원하겠다고?'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 원훈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었다. 단촐한 맛은 없어도 '겸손'이 깔려 있다. '정보는 국력이다'는 간명하며서도 '정보의 중요성'을 담아냈으니 꽤 괜찮은 원훈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원훈보다 더 절실한 건 모사드 같은 정보역량을 키우는 것 아닐까.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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