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국민 반발이 거세다. 양도소득세 개편안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참여자가 폭주하고 있으며, 지난 1일 국내 증시가 대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세제 개편안의 골자는 지난 윤석열 정부가 완화했던 주식 관련 세금을 대거 원상 복구한 것이다. 여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당초 안보다 강화된 탓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크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한 '증시 부양'과 이에 화답한 민주당의 '코스피 5,000' 공약에도 역행하는 조치다. 법인세 인상 역시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과 사뭇 어긋난다.
금융시장 불안에 놀란 민주당은 세제개편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에서도 의견이 충돌하고 있으며, 대통령실은 관망 태도를 보이며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을 주도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정과제 재원 마련과 지난 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라며 증세안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경기 회복 마중물 재원 마련'이라는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증세 시점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기업들은 불황, 관세 폭탄에 힘겹게 버티는 상황이다. 불황엔 감세를 통해 투자 확대를 이끌고, 경제 성장과 세수 증대를 유도하는 보편적 정책과도 맞지 않다. 국세청도 불황기엔 가급적 세무조사를 미뤄주는 게 관행이다. 이쯤되면 실용 정부의 경제성장, 민생회복 의지가 진심인지 헷갈린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경제 회복부터 한 뒤 증세에 나서도 늦지 않다.
◈ 정청래의 강성 민주당, 과유불급(過猶不及) 되새기길
지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4선·전 국회법사위원장)가 박찬대 후보(전 원내대표)를 꺽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이재명 집권 이후 당내에서도 가장 강성파에 속하는 인물을 당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여야 관계는 가일층 대치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이미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내란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만 건설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언론·사법 개혁도 거론했다. 개혁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일종의 숙청에 가까운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 정권이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도 큰 과제가 됐다. 정 대표는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단순한 운동권이 아니다. 미(美) 대사관 점거 방화사건(1989년)을 주도해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36년 전 대사관을 점거한 학생이 동맹국 한국의 집권여당 대표가 됐다면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주시할 상황이다.
정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문제는 그 목표를 향한 수단들이 반대 세력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자유민주적 질서까지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 대표는 스스로 정치에 순탄치 않을 길을 걸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순탄치 않다는 것은 여러 경험을 온몸으로 겪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경험에 걸맞게, 집권당 대표에 부합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정권의 성공 이전에 국가 전체를 염두에 둔 이념과 비전을 보여주길 국민들은 요구한다.
◈ '균형 발전이 국가 생존전략'이라는 李 대통령, 실천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 광역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지역 균형 발전은 지방에 대한 배려나 시혜가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며 "앞으로 국가 정책 결정, 예산 배정·배분에서도 이런 원칙을 최대한 강화하려 한다"고 했다. 지역 균형 발전이 국가 생존전략이라는 이 대통령의 시대 인식과 추진 의지를 적극 환영한다.
지난 6월 취임 후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문제점을 짚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 일관된 국정 기조를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도 "대한민국은 불균형 성장을 국가 성장전략으로 채택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부작용으로 수도권 일극체제가 생겨나기도 했고 한때는 효율적인 국가 성장 발전전략이었는데 지금은 성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사실 역대 정부에서도 '지방시대'를 외치며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지금까지 희망 고문으로 끝난 균형 발전 정책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가 생존 차원에서 접근하는 인식 전환과 함께 빠른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은 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균형 발전 정책의 사례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지역 차등 지급을 들며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국정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해 그 효과가 체감되길 바란다. 그래야 오랜 세월 고착화한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이 개선되고, 나아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온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