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김형민 리봄한방병원 대구점 대표원장…우리 몸 속 범인과 피해자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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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5 19:05  |  발행일 2025-08-25
김형민 리봄한방병원 대구점 대표원장

김형민 리봄한방병원 대구점 대표원장

우리는 살다 보면 다양한 통증을 경험하고, 때로는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에 관심을 갖고 되돌아보기도 한다. 족저근막염에 걸리면 걸을 때 발바닥이나 발뒤꿈치가 아파 잘 딛지 못하게 된다. 병원에 가면 족저근막염으로 진단을 받고 심하면 발바닥에 주사치료를 받기도 한다. 족저근막염은 글자 그대로 발바닥의 근막 조직에 염증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 보면, 사람이 하루 종일 걸으라고 있는 게 발인데, 왜 조금만 걷거나 서 있어도 발이 아픈 상황이 되고, 발바닥 근막에는 염증이 생겼을까? 왠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느낌이다. 이 상황을 범인과 피해자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발바닥이 아프다고 통증으로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심하라고 문제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발바닥은 범인일까, 피해자일까? 피해자이다. 피해자가 피해 입었다고 알아 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범인은 어디에 있을까? 염증이 범인일까? 염증은 발바닥 근막 조직에 손상이 있어서 손상된 조직을 방어하고 복구하려는 중이다. 우리 몸을 지키려는 같은 편인데, 염증이 원인인 것처럼 염증만 없애려고 하면 염증은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고, 치료도 되풀이될 것이다.


그럼 누가 발바닥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우리가 나이 들며 체형이 구부정해지기 시작하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앞꿈치에 45% 뒷꿈치에 55% 이런 정상적인 무게 중심이, 체형이 구부정해지면서 앞꿈치에 60% 뒷꿈치에 40% 이런 식으로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면 발바닥에 있는 근막들도 이 부담을 견디기 힘들어진다. 이에 더해 골반이 좌우로 비틀어지는 부정렬이 진행되면 좌우 걸음걸이도 바뀌면서 한쪽 발의 아치가 무너지게 되고, 족저근막염이 더 심해지게 된다. 결국 범인은 멀리 있고, 정작 아픈 자리에는 피해자만 남아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체형이 구부정해지면 앞으로 쏠리는 몸을 종아리 근육들이 버텨줘야 한다. 원래 엉덩이 근육이 튼튼하게 버텼으면 조금도 힘들지 않을 일이었는데, 엉덩이 근육이 점차 약해지며 몸이 앞으로 구부정해지면 종아리 근육이 하루 종일 버티며 혹사당한다. 완전히 지친 근육이 밤이 되면 쥐가 나서 밤새 주무르는 게 일이 되는 것이다. 이때도 종아리는 범인이 아니라 피해자다.


체형이 구부정해지면 무릎 관절에도 엄청난 부담이 발생한다. 하루 종일 서 있고, 걷는 시간 동안 무릎 관절에 증가한 부담이 몇 년 동안 계속 쌓이면서 무릎 관절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어느 날 검사해 봤더니, '연골이 다 닳았습니다.' 얘기를 들으면 이미 늦다. '물이 다 엎질러졌다'는 말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 때도 무릎 관절에선 이미 벌어져 버린 결과를 알 수 있을 뿐이고, 무릎을 자꾸 닳게 만드는 진짜 범인은 구부정한 체형과 골반의 부정렬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생활 습관상 목과 허리에 추간판 탈출증을 많이 겪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팔 다리가 전기 통하고 힘 빠지고 감각이 사라지니 깜짝 놀라 MRI 등 찍어보면 디스크가 밀려 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얼듯 들으면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눌러 이렇게 괴로운 통증을 유발하고 있으니 디스크가 범인인 거 같다. 하지만 디스크인들 나오고 싶어서 나왔 겠는가? 추간판 탈출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척추가 구부정하고 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할 때는 척추가 C자 커브로 아치를 형성해서 무게를 5분의 1로 줄여주던 것이 구조가 무너지며 디스크를 밀어내는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런 채로 5년 10년 눌리다 보면 디스크도 결국 못 견디고 밀려 나오는 것이다. 밀려 나온 디스크만 범인이라고 제거할 게 아니라, 디스크가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압력이 진짜 범인임을 이해할 때 자꾸 재발되는 디스크라는 병에서 정말 벗어날 수 있다.


아픈 부위만 자꾸 들여다보면 아픈 부위에는 피해자만 남아 아프다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 몸이 아플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진짜 범인을 찾다 보면 구부정해지고 삐뚤어진 척추가 나타나게 된다. 예로부터,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라 하고, 척추를 바르게 하는 것은 건강 관리의 매우 중요한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통증이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몸에 문제가 있다고 내게 말을 거는 것이라 생각하고, 몸이 정말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 잘 귀 기울여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모두 건강을 잘 유지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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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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