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고공농성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셋째) 대표가 599일째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딱 600일이 걸렸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옥상에 올라 세계 최장 고공농성 중(영남일보 7월28일자 1면, 8월28일자 1면)인 해고노동자 박정혜씨가 마침내 고공농성을 끝내고 땅으로 내려온다. 지난달 25일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려가면 제일 먼저 집에 가서 가족과 만나고, 씻은 후에는 내 방에 들어가 쉬고 싶다"던 그의 너무나 소박한 바람이 이제야 이뤄지게 됐다.
처음에는 열심히 일한 회사에서 해고된 자신과 동료를 위해 공장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불에 탄 회사 옥상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4월27일 함께 투쟁하던 동료가 건강 악화로 고공농성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면서 홀로 외로운 투쟁을 벌여 왔다. 회사 전체가 단수 상태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고, 지난해 여름에는 텐트가 폭우로 인해 무너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최근에는 옥상 바닥 온도가 50.2℃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하루하루를 버텼다.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29일 오후 3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사교섭 개최 약속 및 먹튀방지법 약속 선언식도 함께 열린다. "노동자가 무슨 잘못이 있나. 회사가 자기 이익을 위해 노동자를 내팽개치는 것 아니냐"던 박씨의 외침에 정부와 정치권이 응답한 것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참석한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회사를 방문해 박씨와 남은 해고노동자들에게 "다음에 올 때 꼭 (내려올 수 있는) 해답을 갖고 오겠다"고 했다. 김 장관이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앞서 28일 오전에는 정청래 대표, 황명선 최고위원,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민병덕 을지로위원장,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 직무대행 등 민주당 지도부가 회사를 방문해 박씨를 만났다. 이날 크레인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박씨와 마주한 정 대표는 노조가 참여하는 TF 구성 및 공청회나 국정조사를 통한 한국니토옵티칼 대표 출석 및 노사협의 테이블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은 모두 일본 니토덴코사의 자회사다. 박씨 등 7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한국니토옵티칼로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을 생산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공장 화재 발생 후 공장 복구 대신 노동자들을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했다. 정 대표는 이날 외투기업의 고용책임을 강화하는 입법 활동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땅에서 더 큰 투쟁을 준비해 닛토덴코에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그동안 국가의 역할 부재가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국가가 책임지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먼저 보장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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