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KH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허정욱 원장 “끝나지 않은 늦더위…자율신경계 이상·면역력 붕괴 주의보”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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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31 21:13  |  발행일 2025-08-31
지속되는 열대야, 자율신경계 무너뜨려 전신 증상 유발
어지럼증·소화불량·만성 피로…‘단순 피곤’ 아닌 경고 신호
고혈압·당뇨 환자, 심혈관 질환 가족력 있다면 특히 주의
작은 습관이 면역력 차이 만든다…생활 관리가 곧 예방책
전문의 “늦여름은 계절의 끝이 아니라 건강의 경계선”
KH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허정욱 원장

KH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허정욱 원장


여름이 저물고 있다는 달력의 신호와 달리, 우리 몸은 여전히 더위 속에 있다.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고, 밤 기온은 25도 안팎에 머문다. 달력은 가을을 가리키지만, 체온계는 아직 여름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끝나지 않은 더위가 단순한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숙면 부족과 피로 누적은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고, 몸의 균형을 조율하는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늦여름을 "몸이 가장 취약한 계절"이라고 입을 모은다. 봄철 환절기에 감기가 늘듯, 여름 끝자락은 신체의 균형이 가장 쉽게 흔들리는 시기라는 것이다.


◆열대야가 빼앗는 '깊은 잠'…면역력의 근간 흔든다


사람이 깊은 수면에 빠지기 적절한 온도는 섭씨 18~20도다. 하지만 밤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뇌의 체온조절 중추가 계속 활성화돼 깊은 잠을 이루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면역력 붕괴의 출발점이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면역세포가 재생되고,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한다.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이 깨지면 면역세포의 활동은 둔화되고, 신체 회복은 더뎌진다. 결과적으로 집중력은 떨어지고, 각종 감염성 질환에도 취약해진다.


KH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허정욱 원장은 "숙면 부족은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질병으로 가는 첫 관문"이라며 "특히 코로나19와 독감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유행하는 지금, 수면은 곧 면역력"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신경계, '보이지 않는 지휘자'의 흔들림


우리 몸은 수많은 기능이 정교한 균형 속에 유지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자율신경계다. 호흡, 심장 박동, 혈압, 소화, 땀 분비, 체온 조절, 배뇨 등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생명 활동을 조율한다. 그러나 늦여름은 이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쉽게 흔들리는 시기다. 낮과 밤의 온도차, 냉방기와 더위의 반복 노출, 불규칙한 식사 습관과 수면 부족이 자율신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결과, 몸은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둔해져 정상적인 조율을 하지 못한다.


허 원장은 "자율신경계 이상은 특정 장기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전체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경고음"이라며 "사소한 증상이라도 결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설명 했다.


◆몸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


자율신경계 이상은 전신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드러난다. 혈압이 갑자기 오르내리고 맥박이 불규칙해진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심하면 기립성 실신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만성 소화불량, 복부 팽만,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반복된다. 특히 밤에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야간 설사는 자율신경계 이상을 시사한다. 비뇨·생식기계 이상: 갑작스러운 요절박, 요실금, 배뇨 곤란,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흔히 나이 탓으로 돌리지만, 배경에는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땀 분비 이상, 구강 건조, 안구 건조, 원인 모를 피로, 두통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들이 피로나 단순 위장 장애로 오해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가 때로는 큰 질환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3대 건강 위협 요인


늦여름은 단순히 기온이 높은 계절이 아니다. 여름 동안 축적된 생활습관의 불균형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시기다. 열대야는 숙면을 방해한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면 피로는 누적되고, 면역력은 저하된다. 자율신경계 역시 회복의 시간을 갖지 못해 불안정해진다.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질수록 자율신경계는 체온 조절을 위해 과도하게 가동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기능이 무너져 결국 전신에 이상을 일으킨다. 더위에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거르거나, 차갑고 자극적인 음식만 찾는 것은 위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땀으로 빠져나간 전해질이 보충되지 않으면 무기력증과 만성 피로로 이어진다. 허 원장은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몸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 했다.


◆생활 관리가 곧 예방책


늦여름 건강을 지키는 해답은 결국 생활 습관이다. 전문가들은 작은 실천이 큰 차이를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무리한 고강도 운동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하루 30분 내외의 걷기, 스트레칭, 하체 근력 운동이 적절하다. 하체 근육은 혈액순환과 면역력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잠들기 전 미지근한 샤워는 체온을 안정시켜 숙면을 돕는다. 침실은 어둡고 시원하게 유지하고, 전자기기 사용은 줄이는 것이 좋다. 깊은 잠은 곧 면역력 회복이다. 제철 채소와 과일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야 한다. 비타민 C와 아연은 면역세포 활성화에 필수다. 찬 음식에 치우치지 말고 따뜻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은 반드시 보충해야 한다. 단, 당분이 많은 음료는 피해야 한다. 혈당 급상승으로 오히려 피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직접적으로 흔든다. 명상, 호흡법, 짧은 산책 등은 긴장을 완화하고 신체 균형 회복에 도움을 준다.


허 원장은 "작은 습관의 차이가 결국 면역력의 차이로 이어진다"며 "늦여름은 결코 방심할 시기가 아니며, 생활 속 작은 실천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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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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