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섭 수주회 회장
예천의 대표적 인물인 약포 정탁(鄭琢, 1526~1605) 선생의 탄신 500주년을 앞두고, 그의 충절·책임·공공성을 오늘날 공공가치로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천 발전을 위한 모임인 수주회(水酒會)는 오는 13일 예천읍사무소 대회의실에서 '2025 수주포럼'을 열고 약포 선생 선양사업의 방향과 지역 발전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황우섭 수주회 회장은 이번 포럼의 기획 배경에 대해 "예천의 큰 도약을 위해 지역 정체성과 '예천정신'을 다듬고 군민과 출향인의 역량을 결집할 계기가 필요했다"며 "예천의 큰 어른인 약포 정탁 선생을 중심에 세워 그의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계승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포럼의 핵심 의제는 '약포로(藥圃路)' 제정이다. 충무로·퇴계로·서애로처럼 국난 극복의 위인을 기리는 도로명은 있으나 이순신 장군을 구명한 약포 선생을 기념하는 도로명은 아직 없다. 황 회장은 "탄신 500주년을 계기로 예천·서울·통영 등 관련 도시와 협력해 '약포로'를 제정하고 기념·표지·해설·교육을 결합한 시민참여형 선양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약포 정탁 선행 탄생 500주년 충절정신 계승과 '약포로' 제정' 포스터. <수주회 제공>
약포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옥중의 이순신 장군을 구명한 상소로 잘 알려져 있다.
수주회가 특히 강조하는 사업은 '연결'과 '교육'이다. 충무로와 약포로의 역사 서사를 묶고, 안동 '서애로'와 예천 '약포로'를 연계해 상생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다큐·드라마·영화 등 영상콘텐츠를 통한 스토리텔링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통영 등 관계 지자체와의 협력도 추진된다. 황 회장은 "지자체 협력은 기억의 외연과 실행력을 동시에 넓힌다"며 "교육·관광 자원 교류, 프로그램 공동 운영으로 예천의 발전 동력을 키우고, 지역의 기억을 국가적 기억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포로'는 단순한 기념이 아닌 학습·참여 플랫폼으로 설계된다. 표지판과 해설 체계, 시민 프로그램, 학교 연계 교육을 패키지로 구축해 기념을 생활 속 학습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황 회장은 "청소년에게는 역사적 롤모델을, 지역사회에는 공동체 자부심과 참여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해설사 양성·콘텐츠 제작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교육 인프라 확충도 기대된다"고 했다.
수주회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약포로' 제정 등 선양사업을 본격화하고, 예천의 구도심–신도심 연결 프로젝트, '물과 생명' 도시 비전 등 중장기 발전 전략도 제안할 방침이다.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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