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완 논설위원
# 무도=염치도 없고 예의도 없고 동맹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미 이민당국의 조지아주(州) 현대차 공장 급습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도함을 노정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근로자를 쇠사슬로 묶어 압송한다? 야만적 폭거다. 열악한 구금시설에 죄수복을 입혀 감금한다?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조지아 사태의 원인이 어디 있나. 대규모 투자를 요청해놓곤 비자 문제는 나 몰라라 팽개친 미국의 이중성과 모순 때문 아닌가. 취업 비자나 주재원 비자 취득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ESTA(전자여행허가)나 단기 상용 비자(B-1)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취업 전용 비자(E-4) 쿼터를 신설해달라는 한국의 오랜 요구를 미국은 외면했다.
돈만 오고 사람은 오지 말라? 시설 건설이나 공장 장비 설치에 필요한 기술 인력이 미국에 있기는 한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 그런 인력이 없다는 게 불편한 사실"이라고 직설했다.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책임을 떠넘겼다. "전적으로 현대차 책임이다. 관광 비자로 한국 노동자들을 데려왔다"(러트닉 미 상무장관). 관세 협상도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다. 대미 투자 3천500억달러에 대해 미국은 현금 투자, 편파적 수익 배분을 고집한다.
# 착각=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미국 조지아 구금 사태의 발단이 종교 탄압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종교가 치외법권 영역이 아닐진대 실정법 위반에 대한 제재가 종교 탄압? 오히려 정치영역에 침탈해 물을 흐리고 종교의 본령을 훼손한 종교 집단의 자성을 촉구해야 정상 아닌가.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통일교 연루 의혹,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신천지 비호 의혹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유튜버 전한길씨는 "조지아 한국인 근로자 구금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망상인지 미몽인지 판독 불가다.
혼용무도는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으로, 논어의 천하무도에서 따왔다. 2015년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히며 인용 빈도가 높아진 어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재명 정부 100일을 혼용무도로 묘사했다. 과연 공명(共鳴)이 있을까. 부연 설명 없이 '혼용무도'란 말을 제시하면 국민들은 누굴 연상할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 정권 비판이라기보단 차라리 윤 정권 3년의 무도함과 혼돈에 대한 고해성사 같다.
# 폭주=여야의 특검법 합의는 불과 14시간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과 강성 의원들이 반발한 결과다. 민주당의 '폭주 본능'은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마저 하룻밤 사이 뒤집어 버린다. 결국은 민주당이 설계한 '더 센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개 특검의 수사 기간이 30일 연장되고 파견 검사와 공무원 수가 늘어난다. 1심 재판 중계도 의무화했다.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등을 쉼 없이 몰아붙이고도 민주당은 아직 배가 고픈 모양이다. 위헌 시비가 확연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도 강공 모드다.
민주당의 폭주에도 국민의힘은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기껏 장외투쟁인데 효능감이 있을지 의문이다. 여론을 업지 못하면 의원들 몸만 고달파진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온 젤렌스키에게 말했다. "당신에겐 카드가 없다"고. 지금 국힘의 처지가 그렇다. 쓸 카드가 없다.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여의도 정치의 비감한 서사다. 논설위원
미국, 대규모 투자 요청하곤
근로자 쇠사슬··· 야만적 폭거
국힘 "종교탄압이 발단" 억측
특검법 합의 뒤집은 민주당
여의도 정치는 힘의 논리만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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