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푸드 잠재력 무궁무진…관세 부과에도 수요 꾸준해”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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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8 21:11  |  발행일 2025-09-18
개소 1주년 대구시 LA사무소 서정혜 소장 인터뷰
“K-푸드 관심 최고조…대구 ‘건강한 한식’ 블루오션”
“관세 부과에도 경쟁력 충분해, 서부 미국 관문 목표”
대구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관 306호에서 대구 농식품 미국 수출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서정혜 대구시 LA사무소장. <대구시 제공>

대구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관 306호에서 대구 농식품 미국 수출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서정혜 대구시 LA사무소장. <대구시 제공>

美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관 306호. 2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는 '글로벌 도시'를 꿈꾸는 대구의 희망이 움트고 있다. 지난해 9월 이곳에서 문을 연 대구시 LA사무소가 바로 그것이다. 직원은 소장까지 포함해도 두 명뿐이지만, 그 역할과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부터 이 곳은 대구시의 글로벌 무역 정책을 결정짓는 핵심 전진기지로 변모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서정혜 초대 대구시 LA사무소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관세 부과 전후 현지 분위기와 D(Daegu)-푸드의 가능성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LA사무소가 개소 1년을 맞았다. 그간 소회는.


"대구시 LA사무소는 지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교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개소 이후 1년간 많은 분의 성원과 협력 속에 기반을 다졌으며, 이젠 대구 기업의 든든한 해외 파트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지역 기업의 성과를 직접 확인하며, 사무소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금 무겁게 느끼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D-푸드의 잠재력에 대해 평가한다면.


"D-푸드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K(Korea)-푸드는 주로 가공식품이나 소스류 위주인데, 식당 진출이나 밀키트 분야는 아직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1인 가구의 증가, 배달비용 과다로 'Ready-to-eat'(즉석식품) 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한국 음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데, 현재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대구는 자영업의 메카로 불릴 만큼, 다양하고 독창적인 음식 문화가 발달한 게 강점이다. 특히 수 많은 프랜차이즈의 탄생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맥도널드보다 먼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한 대구의 치킨집들, 그리고 지금도 전국으로 뻗어 나가는 수많은 대구발(發) 프랜차이즈들을 보면 표준화와 브랜딩 노하우가 축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웰니스와 건강식품에 연간 20% 이상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대구의 '건강한 한식'은 분명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은 '케데헌'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들었다. 체감되는지.


"정말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무소가 있는 LA는 특히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대부분 한국식당 및 카페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손님일 정도다. LA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A커피는 한국식 말차라떼 메뉴를 내놨으며, 최근 오픈한 한 순두부가게도 주말이면 외국인이 30~40분씩 웨이팅을 한다. 월마트, 타깃 등 현지 주류마트 아시안 코너에도 김치소스, 고추장, 라면 등은 빠지지 않는다. 이제 굳이 한인마트를 가지 않아도 어디서다 K-푸드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안마켓에서 한국제품 성장세는 폭발적이어서 한국인 구매자가 거의 없는 매장에서도 10% 이상 매출을 한국제품이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D-푸드를 포함한 지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관세 부과 전후 현지 분위기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관세 부과 이전부터 중고차 시장에서 작년 대비 가격이 15~20% 오른 게 그 일례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더 비싸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K-푸드와 K-뷰티는 이미 현지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춰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산 제품들에 대한 관세가 더 높게 부과되면서 한국 제품들이 중국산을 대체할 가능성도 보인다. 실제로 몇몇 바이어가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이외 나라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관망세가 주류다.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사무소도 상황 변화에 따라 지역 기업과 본청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며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LA사무소 향후 비전은.


"우선 교민사회와의 네트워크 강화가 최우선 과제다. LA 한인사회에는 성공한 기업인들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데, 이분들이 가진 네트워크와 투자 여력을 대구 발전에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투자유치 확대도 중요하다. 대구테크노폴리스 등과 연계해 바이오헬스, 첨단소재 분야의 미국 기업 유치를 본격 추진하겠다. 산업 다각화도 필수다. 그동안 K-푸드 등 소비재에 집중했다면, 이젠 자동차 부품, 의료기기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해야 있다. 관세 문제 등으로 인해 자동차 부품 산업의 현지법인 및 투자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지 법인설립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대구를 '서부 미국 진출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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