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PEC 발목잡는 ‘바가지 상혼’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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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9 08:29  |  발행일 2025-09-19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시민들도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암투병중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경주에 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각국 대표단에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숙박, 식사 등 고품격의 서비스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경주의 일부 숙박업소에서 평소의 최대 10배 수준의 요금을 책정, '바가지 상혼'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경주의 일부 모텔에선 평일 4만원 안팎이던 숙박요금을 회의 기간 예약 때 30만원 이상으로 책정하거나 10만원대 호텔 객실이 60만원대로 치솟는 사례가 파악된 바 있다. 회의 기간엔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 업소도 있다. 아무리 국제행사 특수라 해도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SNS엔 경주의 '바가지 상혼' 횡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확산하자 경주시는 최근 부랴부랴 시장 명의로 숙박업소에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바가지 요금' 문제는 예상 가능한 사안인 만큼 대비에 소홀히 한 것은 안이한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APEC 기간의 '바가지 상혼'은 고도(古都) 경주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국가의 품격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심대한 문제다. 일부의 파렴치한 욕심이 성공적인 회의 준비를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특히 이번 APEC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참석, 글로벌 외교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낯뜨거운 점만 전 세계에 부각된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행정기관의 강력한 현장 지도, 업계 자정노력 등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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