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컬렉션 D-2] 이태리 디자이너 루도비카 “K-드라마 우영우 팬…유럽과 아시아 디자인 조화 주목”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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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4 18:11  |  수정 2025-09-24 19:18  |  발행일 2025-09-24
24일 대구패션디자인센터서 단독인터뷰
36년 역사 대구컬렉션 첫 유럽 디자이너
“초대돼 기쁘고 영광…한국인들 패셔너블해”
“고향 남부 이탈리아서 많은 영감, 생산 과정 중요함 깨달아”
“생산성과 예술성 균형 추구…여행 다니며 콘셉트 찾아”
“이번 쇼 아시아와 유럽 디자인 융합에 집중”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도비카 구알티에리가 24일 대구 북구 대구패션디자인센터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도비카 구알티에리가 24일 대구 북구 대구패션디자인센터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도비카 구알티에리가 24일 대구 북구 대구패션디자인센터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도비카 구알티에리가 24일 대구 북구 대구패션디자인센터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국내 최장수 패션축제인 '대구컬렉션'이 26일 서른여섯번째 막을 올린다. 앙드레김, 이상봉 등 한국 패션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거쳐간 대구컬렉션은 흥망성쇠를 거듭해 온 지역 패션산업의 상징과도 같다. 국내 패션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여겨지는 이 곳에 역대 처음으로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서 건너온 한 디자이너가 도전장을 냈다. 세계 패션의 수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떠오르는 친환경 에코디자이너 루도비카 구알티에리(Ludovica Gualtieri)씨다. 패션쇼를 이틀 앞둔 24일 쇼가 펼쳐질 대구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대구 북구)에서 루도비카를 만났다. K-드라마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의 광팬이라고 밝힌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과 함께 본인의 패션 철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은 첫 방문이다. 소감은.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내적 친밀감은 있었다. 유럽에서도 K-POP, K-드라마는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하나의 문화 현상에 가깝다. 유럽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꿈꾸고 상상했다면 믿어지는가. 직접 와 보니 드라마를 통해 바라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고 인상적이다. 대구에 대해서는 패션 분야에 굉장히 잠재력이 크다고 알고 있다. 섬유산업 등 패션 기반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관련 시장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도심과 가까운 공항 등 대중교통이 매우 우수한 점이 마음에 든다."


▶대구컬렉션 무대를 맡았는데.


"대구컬렉션이 한국 디자이너 패션쇼로는 가장 오래된 쇼라고 들었다. 이렇게 초대돼 기쁘고 영광스럽다. 패션쇼를 연출하는 부분에서도 큰 설렘과 흥분을 느낀다. 이틀간 지역 관계자들과 손발을 맞춘 느낌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쇼에서는 이탈리아 등 유럽 스타일과 아시아 스타일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주력했다. 한국·중국·일본 등 다양한 아시안 스타일을 믹스매치하는 등 클래식함과 아방가르드함을 모두 잡은 쇼가 될 것이다."


▶경력이 화려하다.


"아시아권에서는 시작 단계지만,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많은 프로젝트와 협업을 진행했다. 약 8년간 유럽의 패션 기업들, 특히 남성복과 여성복 글로벌 브랜드에서 각각 오랜 시간 디자인 자문을 했다. 친환경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그 성과를 인정받아 베니스&로마 영화제 레드카펫 작품으로도 채택됐다. 폭스바겐 글로벌 홍보대사 선정 및 지속가능성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패션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다. 혼자 수 년간 그림을 그리면서 디자인을 독학했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결국 이름을 내 건 회사도 차렸다. 유럽과 아시아 등 다수 글로벌 기업에서 컨설팅을 하면서 생산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찾았고, 에코디자이너로의 신념을 확고히 다졌다."


▶친환경 패션 디자이너로 알려졌다.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내 고향은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라는 소도시다. 바다가 아름다운 작은 어촌마을이다. 그 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바다를 보며 자랐고,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자연 속에서 동물과 함께 뒹굴었고, 여름에는 청정한 바다에서 수영을 즐겼다. 이 같은 '심플라이프'는 내 패션 철학에 영향을 줬고, 친환경 에코디자이너의 길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다."


▶본인의 디자인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한 문장으로 축약하는 것은 곤란하다.(웃음) 굳이 정의하자면 아방가르드함과 전통, 친환경, 클래식의 조화라고 하겠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생산성과 예술성의 절묘한 균형감도 추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도비카 구알티에리가 24일 대구 북구 대구패션디자인센터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도비카 구알티에리가 24일 대구 북구 대구패션디자인센터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콘셉트 영감은 어떻게 얻는지.


"여행을 많이 다닌다. 최근에는 아시아권에서 1년간 살다시피 했다. 캄보디아, 중국,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살면서 꾸준히 현지 음식을 먹고, 건축물을 둘러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지인들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패션디자이너로서 예술성과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커뮤니티(공동사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본인의 자아를 위해서만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사람,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 항상 자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쇼의 주제와 콘셉트에 대해 알려 달라.


"이번 컬렉션 주제는 'The Pearl Diver and Other Figures'이다. 직역하면 '진주조개잡이와 다른 것들'인데, 여기서 다른 것들은 해파리나 물고기 등 바다생명체들이다.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에서 자라면서 바다에 대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바다의 수 많은 요소를 보트와 꽃으로 재해석하려고 했다. 컬러와 관련해선 너무 튀거나 강렬하지 않은 릴렉스한 색감을 사용했고, 파도 물결 등 바다의 움직임도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애썼다. 아시아와 유럽 디자인의 조화도 주목해 달라. 고향인 칼라브리아는 항구와 해녀(다이버)가 유명하다. 작품에서 다이버는 이탈리아 남부를 의미하고, 진주는 아시아 문화를 상징한다. 즉, 아시아와 유럽 문화가 융합된 쇼가 될 것이다. 'Other Figures'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말아 달라."(웃음)


▶쇼에서 관람객들이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는.


"패션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델의 '쉐이프(형태)'와 '피팅(몸에 맞추는 것)'에 집중해서 봤으면 한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요소다. 모델마다 체형이 다르다 보니 드레스나 코트 등을 완벽하게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을 해내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개인적으로는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즐기는데, 종이에 그렸다가 모델 신체 사이즈에 맞게 비율을 맞춰서 옮기는 '바틀 메이킹'이라는 드로잉 기술을 사용한다. 랜덤한 모델의 체형에 의상을 딱 맞췄을 때 얻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쇼에서는 '리버서블(뒤집어 입을 수 있는)' 의상도 많은데, 스포티함과 클래식함을 한 의상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한국 패션에 대한 솔직한 소감 및 인상은.


"한국인들은 굉장히 패셔너블하다. 실제로 며칠간 한국에 머물면서 팀원들과 함께 한국 젊은이들의 패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반된 패션 요소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클래식함과 하이 패션, 전통적이면서 스포티한 것. 이런 상반적인 요소들을 패션에 잘 녹인다.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패션에 녹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대구에서 추가적인 활동 계획도 있는지.


"물론이다. 어제도 대구미술관에 다녀왔다. 문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구 현지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와의 협업 기회가 있길 바란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한국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조사하겠지만,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결국 현지인들과 협업해야 '오리지널리티(독창성)'와 '유니크(고유)' 한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초 내년 2월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쇼를 가진 후 3월쯤 아시아에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꼈다. 이탈리아 일정을 조금 미루고 아시아에서 연초를 맞으려고 한다. 저번 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패션쇼를 열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이번 대구에서의 쇼도 기대가 크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세계적인 에코디자이너가 되는 게 목표다. 사실 친환경 디자이너의 길은 쉽지 않다. 각 나라의 정책적인 부분과 규제 때문이다. 아직 사람들의 사고도 여전히 '올드'하다. 항상 아이디어 단계부터 생산까지 친환경적 접근을 하려고 한다. 내가 첫 에코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친환경 디자인의 새로운 챕터(장)를 연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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