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우상인 조용필 노래 시원하게 담았어요” 거장의 대중음악 사랑

  • 김은경
  • |
  • 입력 2025-09-24 15:42  |  발행일 2025-09-24
▮거장 박찬욱 신작 ‘어쩔 수가 없다’ 리뷰
김창완·배따라기 원곡 등 주요 장면 삽입
“비틀즈·롤링스톤즈처럼 널리 알리고 싶어”
다양한 캐릭터·사건들 산만한 인상 주기도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CJ ENM 제공>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CJ ENM 제공>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CJ ENM 제공>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한국 출신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24일 베일을 걷었다. 2000년 가을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중에게 널리 이름을 알리고,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감독의 30여년 영화 내공이 응축된 작품이다.


'어쩔 수가 없다'는 인생에서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자부하는 한 직장인이 어느날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으면서 와르르 무너져 가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재취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삶은 점점 의심과 불안으로 뒤덮이고, 거짓과 오해, 삐뚤어진 불안과 욕망의 누더기가 된다.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동안 박 감독 특유의 위트와 유머, 때로는 잔혹한 범죄 장면이 버무려지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병헌·손예진·이성민·염혜란·박희순 등 연기파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것은 이 영화에서 누리는 큰 즐거움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25년 만에 박 감독과 재회한 이병헌은 자상한 남편에서 가족들을 위해 영혼을 파는 실직자 아버지로 인생 캐릭터 경신에 나섰다. 또 중견 배우 이성민은 비록 뒷모습이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투혼을 불사했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와 같은 한국 대중가요의 숨은 명곡을 원곡 버전으로 만나는 것 역시 이 영화에서 만나는 즐거움 중 하나다. '박쥐' '헤어질 결심' 등 전작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대중음악을 주요 장면에 배치했던 감독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흐르는 장면은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의 뇌리에 가장 선명하게 남는 장면 중 하나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우상이었던 조용필의 음악을 언젠가 영화에 쓰고 싶어 기다렸다는 감독은 이번에야 기회가 돼 원없이 썼다고 항변한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같은 밴드의 음악을 요즘 젊은이들이 아는 것처럼 그들 못지 않게 위대한 우리의 싱어송 라이터들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이번에 조용필 노래를 대사 뒤편에 깔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전곡을 아주 커다란 볼륨으로 꽉 차게 넣어버렸죠."


감독을 세계적 거장으로 견인한 '칸느영화제' 수상작 '헤어질 결심'을 떠올린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을 할 지도 모르겠다. 전작이 시적이고 여백이 많은 여성적 분위기의 작품이라면 이번에는 꽉 차고, 산문에 가까운 남성적 색채감을 띄고 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저는 항상 전작과 다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해왔다. 전작을 좋아해준 관객들이 저의 새로운 면을 즐겨주면 고마울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하기도 했다.


여러 캐릭터와 사건들이 다소 산만하게 펼쳐지면서 자연스러움을 방해한다는 인상도 가지게 한다. 주인공 만수가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을 살인하게 되기까지 설득력이 빈약하다는 지적 역시 마찬가지다.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손예진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성민 <HB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성민

▮연기파 주역들이 말하는 '어쩔 수가 없다'


이병헌= 아내가 다른 남자와 춤추는 모습을 보며 질투심을 느끼고, 춤추며 다가서는 씬이 있다. 촬영 직전까지 어떻게 구사해야 할지 고민했다. 감독님이 제 이상한 동작을 잘 찾아내서 편집을 잘 해준 것 같다. 제 춤동작 모니터를 보면서 '마더'의 김혜자 선생님이 떠올랐다.


손예진= 이번에 '베니스 영화제'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해외 영화제를 찾았다. 정말 놀랐던 것은 그곳의 수많은 사람들이 감독님을 알아보고, '마에스트로 박'을 부르며 사인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병헌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이성민=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면서 이런 느낌이었다. 제가 동네에서 주먹 좀 쓰고 애들 좀 패고 다녔다면 이번에 진짜 프로 격투기 선수를 만난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냥 뭘해도 떨리고 긴장됐다. 사실 현장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저 혼자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 싶다.



기자 이미지

김은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