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자폐 논란…대구 산부인과 전문의 ‘근거 없다’ 일축”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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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4 18:15  |  발행일 2025-09-24
“임신부·학부모 불안 고조…맘카페 ‘아이에게 미안하다’ 글 잇따라”
계명대·효성병원 전문의, ‘600mg 간헐적 복용 문제 없다’ 강조
“ACOG 지침도 ‘안전하다’…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 신뢰 근거”
배진곤 계명대 동산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

배진곤 계명대 동산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

박병규 효성병원 난임의학연구센터장

박병규 효성병원 난임의학연구센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인다"고 발언하면서 국내 의료계와 약국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임신부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지역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선을 명확히 그었다.


2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조만간 의사들에게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을 수 없는 고열이 아니라면 가급적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임산부의 복용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다. 수십 년간 임신부에게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돼온 대표적 의약품이다. 이에 국내서도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 및 복합제 허가 품목이 1천300여 종에 달할 만큼 널리 복용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알려지면서 임신부와 학부모 사이에선 불안감이 증폭됐다. 대구지역 일부 맘카페에선 "임신 중 타이레놀을 먹은 적이 있는데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죄책감이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간 안전하다고 믿어왔는데 큰 충격"이라는 반응도 쏟아졌다. 약국가에서도 "아이를 임신 중인데 정말 먹어도 괜찮으냐"는 문의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 의료계에선 트럼프 발언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배진곤 계명대 동산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산부인과 교수, 고위험·다태임신 등 전문진료)은 "트럼프가 언급한 논문은 기존 연구들을 단순히 재분류한 리뷰 논문이다. 복용 용량과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임신부가 간헐적으로 600mg 정도를 복용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병규 효성병원 난임의학연구센터장(난임 전문)도 "전 세계 대부분의 산부인과는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지침을 따른다. ACOG 역시 타이레놀의 자폐아 위험성 주장을 무책임하다며 부정하고 있다"며 "타이레놀은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 속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다. 임신부에게 이보다 안전한 해열·진통제는 사실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와의 인과관계는 매우 빈약한 추정일 뿐이다. 근거 없는 주장이 환자와 부모의 불안을 키워 더 큰 사회적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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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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