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재해 '제로' 나선 기업, 정부는 예방 지원으로 화답하길
포스코그룹이 최근 연이은 안전사고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지난 22일 개막한 '2025 포스코포럼'에서 장인화 회장이 안전을 그룹의 최고 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장 회장은 "그룹 구성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창의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해 나가겠다"며 "국내 제조·건설 현장에 K-세이프티 모범사례를 만들고 확산하겠다"고 했다. 그룹사 전 임원이 참석하는 포스코포럼은 그룹 성장과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행사에서 장 회장은 기술과 안전을 양대 축으로 삼아 위기를 돌파하고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산업현장 안전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안전사고가 잦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비롯한 조직 강화에서 나섰다. 대우건설은 CSO 산하에 본사와 현장을 총괄하는 담당 임원을 선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은 CSO를 사내이사로 임명했다. 삼성물산·GS건설은 CSO 직책을 부사장급으로 격상했다. 정부의 안전 책임 강화 기조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근절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정부는 1만명당 산재사망자 비율을 현재 0.39명에서 203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으로 감축키로 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처벌과 규제도 필요하지만, 예방을 위한 구조적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도록 기업의 아낌없는 투자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중대재해 '제로'의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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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 다움'을 보여준다면 APEC 기념비 될 것
10월31일 개막하는 경주 APEC은 장소 선정에서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6월27일 외교부는 '2025년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북 경주시를 최종 선택하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천년고도(古都) 경주의 문화유산, 관광 인프라, 안전한 경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쟁 도시였던 인천이나 제주를 따돌린 배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상회의 만찬 장소가 국립경주박물관 중정(中庭)에서 돌연 보문단지내 호텔로 변경된 점은 실망스런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경주다움'을 잃는 정상회의가 아니냐고 걱정한다.
정부는 경주박물관 만찬장의 수용 규모가 예기치 않게 줄어들고, 식당과 화장실 등의 동선이 불안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80억 원의 건축비를 들여 현재 공정률 95%인데, 행사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장소를 전격 변경한 것은 정상회의 준비에 실수가 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실제로 경주 정상회의는 지난해 12·3 계엄사태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방치돼온 측면이 있다.
역대 APEC 장소는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오사카, 필리핀 수빅, 멕시코 로스카보스, 미국 호놀룰루, 베트남 다낭 등 그나라 수도가 아닌 지방도시가 대부분이었다. 역사·관광 자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만찬장 변경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해도 경주 선택의 애초 취지는 퇴색시키지 말아야 한다. 경주가 보유한 왕릉, 불국사와 석굴암, 박물관과 왕관이란 유산을 부각할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한류 선풍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관점의 산물이다. 경주를 세계적 역사도시 반열에 올리겠다는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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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법원장 청문회 강행, 삼권분립 안중에도 없나
민주당이 그저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로 오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집권여당이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청문회를 여는 건 초유의 일이다. 야당 시절인 지난 5월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개최한 청문회에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이번엔 '조희대-한덕수 비밀 회동설'이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앞세워 사법부 수장을 겁박하고 나선 것이다. 집권여당이 '묻지마식 괴담'에 의존, 정략적 공세에 나선 모습이 볼썽사납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판사를 증인 명단에 올렸다.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관들을 불러 따져 묻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번 청문회의 근거로 내민 비밀 회동설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제기한 친여 유튜브조차 "사실 확인은 되지 않은 제보"라고 한다. 제보 녹취가 AI 목소리라는 주장마저 나온다. 더욱이 회동설을 최초 제기한 측은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사실에 미뤄, 대법관 증원 등 여당의 사법개혁에 반발하는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한 압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날 여당의 청문회 기습 의결에 "삼권분립 위반이자 명백한 사법부 파괴 행위"라고 비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도 넘은 겁박은 사법부를 정치권력의 하부기관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는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 헌정질서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트럼프 관세 등 민생 대응이 시급한 이 때, 근거 없는 음모론을 들고 정치적 구태를 연출하는 거대 여당의 폭주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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