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간 미국發 '북핵' 엇박자 불안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유엔 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주창했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약자다. 쉽게 말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단계적 해법이다. 3단계 전 과정이 원만하게만 작동하면 효과적이고 실용주의적인 해법이다.
그런데 그간의 정부 방침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3단계론의 첫 단계는 고도화된 현재의 북핵능력을 인정한 상태에서 대화와 교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남북은 물론 북미,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까지 포함했다. 당장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축소, 비핵화로의 이행을 어찌 담보하느냐" "북핵을 그대로 두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자는 건 '비핵화' 포기?" "현재 북핵능력조차 감당할 능력이 우리에게 과연 있느냐"이다.
비슷한 시각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정책을 확인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의 대화 의향 피력이 있다고 해서 비핵화 목표를 옆으로 치우지 않겠다는 미측의 신중한 기류가 읽힌다. 미국발 북핵 엇박자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연상시킨 'END 이니셔티브'는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 이 대통령은 '페이스메이커'를 자청한 것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공동성장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다고 현재의 북핵을 그대로 두면서 대북제재를 다 풀겠다는건 이해하기 힘들다. 합리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 이는 '비핵화론'이 아니라 '현상유지론'이다. 적대적 국가 사이 담보되지 않은 무조건적 '선의'와 '신뢰'는 매우 위험한 접근법이다.
――――――――――――――――――――――――――――――――――――――――
◈경주 APEC, AI 시대의 항로를 설정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23일(미국 현지시간) UN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AI(인공지능)시대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닌다면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것"이라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혁신과 번영의 토대를 세우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모두를 위한 AI'가 국제사회의 뉴노멀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이때, APEC 개최국 대통령이 AI 시대의 비전과 책임을 선언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AI는 국가 경제, 안보, 사회 질서를 흔드는 거대한 파도가 됐다. 능동적 대응 없이는 고용 붕괴, 정보 왜곡, 불평등 심화라는 그림자가 우리 사회를 뒤덮는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AI는 교육과 의료 격차를 줄이고, 기후위기와 같은 인류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AI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면 퇴보로 가는 길이고, 능동적으로 접근하면 번영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 APEC 무대에서 AI를 의제로 삼는 것은 단순한 기술 논의가 아니라 향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개최국 대통령이 '모두를 위한 AI'를 제안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질서 설계의 주도적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경주에서 시작될 논의는 AI 거버넌스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 AI 시대의 항로가 경주에서 그려질 수도 있다. ICT 강국인 대한민국이 AI 항로를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TK큐]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장애인 이동권은 어디까지 왔나](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11/news-m.v1.20251128.d24ad28e5cae4d2788a23ae2d86f4b82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