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로이킴이 27일 저녁 대구 달성군 사문진 상설야외공연장에서 열린 '2025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 무대에 올라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강승규 기자
27일 저녁, 낙동강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 나루터. '2025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의 열기가 절정에 달할 무렵, 무대 위 가수를 향해 객석에서 굵직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해병 몇 기야!" 서정적인 발라드로 가을밤을 적시려던 가수 로이킴(32)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공연 초반, 예상치 못한 '기수 확인'에 당황한 것도 잠시, 로이킴은 이내 마이크를 고쳐 쥐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객석을 향해 "해병 1259기입니다. 어디 계십니까?"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관객석 한편에서 "526기다!"라는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2천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사문진 상설야외공연장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700기수 이상 차이 나는 대선배의 등장에 로이킴은 곧장 자세를 가다듬은 뒤 거수경례를 붙였다. "제대로 하겠습니다!"라는 그의 다짐에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사문진의 가을 축제가 순식간에 해병대 내무반 같은 정겨운 분위기로 변모한 순간이었다.
당초 로이킴이 준비한 곡은 '봄봄봄', 'Love Love Love', '북두칠성',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등 네 곡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해병대식 호령과 농담으로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다시 한번 객석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앵콜 두 곡!"
로이킴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 선임 해병님이 말씀하셨으니 하고 가겠습니다." 선배 해병의 '명령'에 그는 기꺼이 무대 위에 계속 머물렀다. 추가로 부른 곡은 '봄이 와도'와 이문세의 '소녀'였다.
강바람을 타고 흐르는 그의 목소리에 호령을 내지르던 노병도, 함께 웃던 관객들도 이내 숨을 죽인 채 노랫말에 귀를 기울였다.
현장에서 공연을 지켜본 시민 김 모(44·달성군 화원읍)씨는 "가을밤 야외 공연이라 자칫 차분하기만 할 수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해병대식 소통 덕분에 공연 내내 배를 잡고 웃었다"며 "가수가 당황하지 않고 선배 예우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이 모(31·달서구 상인동)씨는 "700기수 차이면 거의 아버지와 아들뻘인데, '해병'이라는 이름 하나로 가수와 관객이 친구처럼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일부 관객들은 감미로운 가수의 목소리에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다.
한편, 사문진 나루터는 과거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역사적 장소다. 매년 열리는 '100대 피아노 축제'는 대구의 대표적인 가을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3/news-p.v1.20260228.8d583eb8dbd84369852758c2514d7b37_P1.jpg)


